최근 방송 연예가 뉴스에서 하루라도 ‘나는 가수다’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 그야말로 ‘나는 가수다’ 광풍이다.
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뒤, 재도전 논란 후 한 달 공백을 갖고 지난 5월 재출범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불과 한 달 여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역시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매 경연 직후에는 관련 내용이 SNS 및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속속 전달되고, 그 중 일부는 기사화 돼 보도된다. 그 뿐이면 감사하다. 출연 가수는 물론 제작진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악성루머와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급기야 6일 녹화분이 방송되기 전, 이소라 탈락, 옥주현 JK김동욱의 재녹화 그리고 JK김동욱의 자진하차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JK김동욱의 하차에 제작진의 암묵적인 종용이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내보낸 이후까지도 폭풍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이에 ‘나는 가수다’ 원만식 CP와 신정수 김유곤 PD, 정지찬 음악감독이 기자들과 만나 허심탄회한 질문답의 시간을 갖고 ‘나는 가수다’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날 신정수 PD는 “생각했던 것보다 사회적 파장과 관심이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 제작진이 잘못 한 부분이 있고, 책임을 통감한다. 보다 겸손하게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정수 PD, 김유곤 PD, 원만식 CP의 답변 내용을 정리한 것.
*‘나가수’의 권력화? “권력에 대한 책임은 져야...”
‘나가수’가 권력화 됐다는 것에 대해 제작진 역시 고민하게 된다.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가요계는 방송사와 기획사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발전해왔는데, ‘나가수’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권력이 됐다는 말씀이 들려온다. 권력을 누리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현상으로 나타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은 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2주 전엔 벅스 음원차트 10위권에 ‘나는 가수다’ 곡이 예닐곱 곡이 있었는데, 이번 주엔 세 곡 정도 들어가 있더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가수’가 음원 차트를 장악하고 있다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 새 가수 선발 기준? “노래 인생 그리고 철학”
시청자, 네티즌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고, 자문위원단 의견을 청취해 최종적으로 제작진이 결정한다. 남녀 비율은 어느 정도 맞춰주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누가 탈락할지 모르기 때문에 남녀 각 1명씩은 대기시켜 놓는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노래, 그리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여부다. 순위를 매기고 탈락시키는 룰이 있지만, 이의 순기능에 동의하는 철학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러브콜을 한다. 한국에 있는 좋은 가수가 다 함께 했으면 좋겠다
* “결정적 스포일러에 참담했다.”
우리 입장은 시청자가 온전히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저해될 경우 스포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포일러의 기준조차 불분명하다 보니 참 어렵다. 지난 주엔 결정적인 스포가 나오기도 했다. 참담했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생방송 전환 의견도 제기되는데,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려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고 본다. ‘나가수’의 재미는 공연에 앞서 2~30분 동안 스토리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스토리와 공연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나가수’의 핵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스포를 본질적으로 근절할 수 있다 해도 생방송은, 할 수 없다.
* 악성루머에 음모론까지... 며느리도 몰라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유독 많이 나오는데, 왜 그런지는 제작진 역시 잘 모르겠다. 프로그램에 대하 관심도라 생각한다. 가수뿐 아니라 누구라도, 작업을 하다 보면 작은 갈등이나 해프닝이 생기게 마련인데, 관심이 높다 보니 ‘저 안에 뭔가 있을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 그동안 많은 방송을 만들면서 해프닝이 없는 프로그램은 없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유독 기사화가 많이 된다. 아무래도 음모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계신 게 아닌가 싶다.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느낌으로 시작했는데, 피드백은 예능처럼 다가오지 않더라. 제작진도 당황스럽다. 예능 프로의 목적은 재미와 즐거움, 감동을 주는 건데, 어느 순간부터 프로그램 받아들이는 시각이 너무 무거워져있더라. 어떤 현상인지 모르겠지만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음모를 키우고 논란을 만드는 건 아니다.
* “이소라 탈락 꿈에도 생각 못했지만... 내상 컸다”
이소라가 프로그램의 중심이고 기둥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소라가 가진 상징적인 점이 프로그램을 격조있게 만들어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소라가 ‘나가수’를 하면서 많은 내상을 입은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C 제안을 몇 번이나 드렸지만, 힘들었던 것 같다. 특히 옥주현과 이소라에 대한 악성 스포일러가 보도됐을 때, 상처를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이 지점은 명예훼손의 문제가 걸린 것이기 때문에 고소고발 하려 했다.
후임 MC는 윤도현이 맡는다. MC를 맡던 가수가 탈락 할 때마다 MC가 바뀌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나가수’는 가수가 MC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자는 입장이다.
사실 이소라가 탈락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나가수’ 첫 7명의 가수를 우리끼리 개국공신이라 부르는데, 이제 3명(윤도현 박정현 김범수) 남았다. 이소라의 탈락으로 다음에도 기존 가수 중 누군가가 탈락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다들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실력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 ‘나는 가수다’가 ‘나는 성대다’?
일부에서 ‘나는 성대다’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데, 달리 해석하고 있다. 가수들이 선곡되는 노래에 따라 일정 부분 그런 면은 있지만, 모든 노래가 그렇진 않다. 한국 대중가요 대부분이 기승전결이 있다 보니 고음 파트가 필연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고음을 낼 때 지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고음에 지르는 걸로 ‘나는 성대다’라는 평가를 들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가수들 스스로 자정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 제작진이 JK김동욱 하차 종용? “말도 안 돼.”
김동욱이 경연 당일, 결과 발표 하는 자리에서 무슨 발언을 하려는 것을 이소라가 만류했었다. 사실 그 때 얘기하려 했었다더라. 가수들과 다 같이 만류를 했는데, 다음 날 연락이 다시 왔다. 룰을 어긴 것에 대해 자진하차 하겠다고 하더라. 본인이 굉장히 괴로워했다. 다른 것 보다도 탈락자가 있다는 것에 대해 괴로워했다. 항간에는 제작진이 하차를 종용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제작진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전혀 그런 적이 없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다. 본인의 마음이 추스러지면 ‘나가수’에서 다시 보자고 얘기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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