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속했던 신혼희망타운은 공급까지 너무 멀 뿐더러 자격까지 까다로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할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감정원 연령별 월간 아파트 매매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8586건) 중 30대 거래량은 2608건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넉 달간 1위를 지켜왔던 40대의 거래 건수는 이달 2495건으로 한 계단 떨어졌다. 대세 상승이 뚜렷한 가운데 연중 최대 거래량을 이끈 주축 세력이 30대로 이동한 것이다.
30대가 대거 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은 청약제도를 통한 주택 마련이 어렵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무주택자의 당첨 확률을 높이고자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 84㎡ 이하 중·소형 면적에 대한 100% 가점제를 시행하면서 부양 가구 수가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은 저가점 30대의 당첨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실제 3억~4억원의 시세 차익이 가능한 서울 내 로또 청약 단지들의 당첨 커트라인이 대부분 60점을 넘기고 있다. 최대 40점을 넘기기도 쉽지 않은 30대 저가점자들은 아예 청약 도전을 포기하는 '청포자'로 청약 시장을 떠나고 있다. 30대 후반인 한 주부는 "결혼 후 20번 넘게 청약에 도전했지만 당첨은커녕 예비번호를 받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며 "희망고문만 반복하다 청약 시장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의 30대 강세 현상은 매 부적격 및 미계약분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서도 나타난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날 최근 2년간 서울·경기·지방 광역시 등 주요 20개 단지 무순위 청약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2142명 중 30대 당첨자가 916명으로 42.8%에 달했다. 20대 역시 207명으로 2030 당첨자가 전체의 52.4%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특히 3.3㎡당 평균 분양가가 4891만원으로 20개 단지 중 가장 높았던 서울 '방배 그랑자이'는 무순위 당첨자 84명 중 30대가 30명으로 35.7%를 차지했다.
기존 주택이든, 줍줍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30대가 집을 사려는 것은 정책적으로 30대 무주택자들이 설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 같은 중대사를 앞둔 30대 무주택자일수록 더 막막하다.
전 가구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은 국토부의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2022년까지 전국 각지에 총 15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급 속도가 더딘 데다 중산층 신혼부부들에게는 자격이 너무 까다롭다.
올해는 서울양원 S2블록 269가구만 달랑 분양된 데다 이마저도 분양 시기가 한 차례 연기되고 추첨 오류까지 발생하는 등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그나마 분양을 해도 소득기준이 전년도 가구당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20% 이하로 돼 있다. 대다수 서울에 직장을 둔 맞벌이 부부라면 이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 결혼 3년 차인 신혼부부는 "부부 중 한쪽만 대기업을 다녀도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결국 일단 뭐든 잡아놓고 보자는 심정으로
일각에선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 무순위 추첨에 30대가 대거 지원해 당첨된 것은 그만큼 현금부자가 많다는 것으로 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사실상 방치돼 있는 30대 무주택자들에 대한 내 집 마련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