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들을 비롯해 부동산펀드 등이 노후 빌딩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가치를 올려 되파는 '밸류애드(Value-Add·가치부가)' 전략이 유효해졌기 때문이다.
오래된 여의도 빌딩은 법적 상한 용적률(800%)보다 용적률이 낮은 경우가 많아 리모델링을 겸한 추가증축이나 재건축이 용이하다. 추가증축·용도변경 등을 통해 오피스(사무실) 비중을 줄이고 리테일(상가)을 늘리는 식으로 밸류애드 작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여의도 노후 빌딩 인수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이유도 인수후보들이 처음부터 밸류애드 전략을 염두에 두고 인수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여의도 유수홀딩스빌딩(사진) 매각 우선협상자로 문주현 회장이 이끄는 부동산그룹 엠디엠(MDM)투자운용이 선정됐다. 매각가는 3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유수홀딩스빌딩 입찰에는 무려 금융투자사 30곳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매각주간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1차 입찰에서 10곳으로 인수후보를 추린 뒤 2차 입찰을 거쳐 MDM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빌딩중개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빌딩임에도 인수전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인수후보들이 처음부터 밸류애드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각 막바지 작업 중인 메리츠화재 여의도사옥도 본입찰에 후보로 총 9곳이 참여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기존 용적률(536%)이 법정 용적률보다 낮아 추가 증축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입찰가로 3.3㎡당 2200만원을 제시했는데, 이대로 거래가 성사되면 여의도권역(YBD) 오피스 거래 사상 단위면적당 최고가를 경신하게 된다.
이미 밸류애드 작업이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건물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의도동 25에 위치한 씨티플라자 빌딩이다. 이 빌딩은 1~3층 저층부에 리모델링을 통해 상가가 들어선 뒤 리모델링 전보다 300억원가량 높은 가격에 2017년 성공적으로 매각을 완료했다.
밸류애드 작업으로 들어서는 상가는 IFC 등 주변 대형 쇼핑몰과 수요가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류·잡화 등은 배제하고 음식점·커피숍 등 식음료 업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여의도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크게 줄어들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 지역 식음료 매장에 대한 수요는 충분한 상태다.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에비슨영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여의도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7.2%로 최근 3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유명한 에비슨영코리아 센터장은 "여의도 일대는 오피스는 물론 식음료 산업이나 숙박업 수요도 풍부해 리모델링 매력이 큰 곳"이라며 "노후 빌딩들이 여의도 파크원 등 신축 오피스빌딩에 세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리모델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