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분양에 나섰던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견본주택 모습. 사람이 많이 몰렸지만 일부 평형에서 청약이 미달해 추가 모집 중이다. [사진 제공 = 현대건설] |
시장에서는 분양가 9억원 이상 중도금대출을 막고, 유주택자의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봉쇄하는 등 정부의 '돈줄 죄기'와 각종 규제로 급격하게 얼어붙은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그간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로또 청약'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홀로 인기를 끌던 청약시장에까지 경기 위축의 여파가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29일 진행한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1순위 청약(1170가구 모집) 결과 전용 115㎡ 249가구 모집에 145가구가 지원해 0.58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54가구를 모집한 전용 115㎡D 타입은 13가구만 지원해 가장 낮은 0.2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대형 면적 중 가장 많은 가구 수를 공급한 115㎡A 타입은 103가구 모집에 88가구만 지원해 0.85대1을 기록했다. 다만 실거주 수요를 겨냥한 전용 84㎡는 481가구 모집에 1025가구가 지원해 2.13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3.3㎡당 3370만원 분양가로 대상인 전체 가구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대출이 불가능했고 거래절벽을 맞아 주택시장이 조정되는 분위기가 청약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높은 분양가로 중도금대출이 어려웠고 중·소형 면적에 대한 수요자 선호가 성패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며 "청약 불패라 불리는 서울에서 미분양이 일어난 점 자체가 어려운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앞으로 청약시장도 수익성이 높은 수도권 중심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에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서 양극화는 점차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남대장지구가 분당구에 있어 투기과열지구로 대출 등 규제가 적용된 데다 분양가도 다른 중소형 면적 단지에 비해 비쌌다"면서 "전 가구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대출이 안 됐고 단지 인근 교통이나 생활 인프라스트럭처도 현재 분위기에서는 입주 전까지 조성될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1순위에서는 마감했으나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한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와 달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아예 1순위 접수에서 미달이 나자 시장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 단지는 강남권은 아니라도 선호도가 높은 광진구 소재였고,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브랜드를 쓰는 730가구 규모 중형급 단지라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13개월 전 300가구 이상 중형급 단지로 서울에서 마지막 미달을 기록했던 '서울항동지구 우남퍼스트빌'은 서울 구로와 경기도 경계에 있는 항동지구였고, 분양도 워낙 많았다. 정부의 규제와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미달 첫 사례는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라는 것이 시장 시각이다.
시행사인 엠디엠 관계자는 "9억원 이상 분양이라 중도금대출이 되지 않고 가수요가 없는 강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청약 결과라고 본다"며 "대형 평수에서 일부 미달이 났지만 청약통장 없이도 자금력 충분한 실수요층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다 소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는 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대형 면적에 대한 무주택자 당첨 기회를 확대했다.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에게 중도금대출이 어렵고 가용 자금이 많이 필요한 대형 면적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번 청약 결과 역시 이러한 제도와 수요자 간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단순히 확률적으로 무주택자에 대한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실제 수요자들이 현실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실주거용 주택 공급을 늘리거나 대형 면적 구입에 부담이 없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