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말로는 몇 번 '검토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엔 경기 활성화를 골자로 한 내년도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시켜 '해제' 의사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르면 내년 초 부산의 상당수 지역이 청약조정지역 규제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쪽에선 여전히 '믿을 수 있느냐'는 의심도 있다.
18일 국토부는 지난 17일 정부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대해 시장 불안정 우려가 없을 경우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지정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주택 시장 관리 방안을 밝혔다. 국토부가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조정지역에 대한 규제 해제 의사를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부산은 해운대구, 남구, 연제구, 동래구, 수영구, 부산진구와 기장군 일광면 등 7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 속해 있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전매제한·1순위 자격제한·대출규제 등 규제를 적용받아 구매 심리가 위축된다.
국토부는 올여름부터 김현미 장관 등이 몇 차례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해제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혔으나 결정은 미뤄 왔다. 지난 8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 이후 서울 집값을 잡느라 진땀을 빼는 통에 지방 시장을 살필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세 차례나 승인을 보류했던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내년 초 승인하기로 한 것도 어느 정도 집값 불안 요소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그간 미뤄 왔던 침체된 지방 시장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아직 청약 인기가 여전히 살아 있는 해운대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정지역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6년 평균 99대1에 이르던 부산 지역 1순위 청약경쟁률은 2018년 12월 현재까지 평균 8.3대1로 주저앉았다.
월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2016년 5115건에서 올해는 2466건으로 그야말로 '반 토막' 났다. 2년 전 12.6%에 달했던 아파트 매매가 연간 변동률은 -0.2%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부산시 공인중개업 폐업 현황은 3분기까지 1042건에 달한다. 작년보다 100건 넘게 늘었다. 부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업 외에 인테리어 이사 청소 등을 하는 소상공인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금융업 거래도 확 줄어드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산시 재정도 휘청이고 있다. 올해 부산시(1~9월 기준) 부동산 취득세는 68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08억원)보다 1009억원 줄었다.
남양주시·구리시 등 수도권 침체 지역들은 실망한 표정이다. 정부가 '수도권은 제외한다'고 선을 아예 그었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기 남양주시와 구리시를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해 달라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정부의 작년 '8·27 부동산 대책' 등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됐다.
침체 지역 곳곳에선 '입구'만 있고 '출구'는 없다는 불만도 커진다. 현행법은 조정대상지역 지정 요건에 대해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하거나 청약경쟁률이 5대1을 넘는 곳, 주택 전매 등 부동산 과열 우려가 큰 곳으로 규정하지만 해제에 대한 기준은 전무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과열지구처럼 1년마다 재검토해야 하는 규정도 없지 않냐"며 "주거정책심의위원회도 사실상 국토부 의사에 따라 크게 영향받는 구조인데 해제 기준에 대해 어느 정도 '룰'을 만들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청약조정대상지역 :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이지용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