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 복정지구 토지보상 대상자 중 일부는 최근 `복정대토협의회`를 만들었다. [김강래 기자] |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택지 조성 지역 내 토지 소유주들의 대토 선호도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상승했다. LH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보상을 완료한 위례신도시 등 8개 택지에서 지불된 총토지보상비는 11조3641억원인데, 이 중 4465억원 규모 땅이 대토 방식으로 처리됐다. 전체 보상비 중 3.9% 수준이다.
반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추이를 보면 대토 신청 비중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총 6개 택지의 전체 토지보상비(2조5626억원) 중 11%인 2840억원이 대토 방식으로 보상됐다.
전국적으로 각광받는 판교나 위례, 과천 같은 지역일수록 대토 비율이 높다. 택지 조성 후 해당 사업지들의 땅값과 가치가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시공사 판교사업단 관계자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 보상 과정에서도 과거에 비해 대토를 요구하는 소유주가 비교적 많았다"며 "판교 제2테크노밸리 2구역의 경우 땅값 기준 1466억원 중 293억원 규모의 용지 소유주들이 대토 보상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땅 소유주 입장에서는 현 감정가격 수준의 보상금을 받고 땅을 넘기는 것보다 미래 가치를 고려해 용지를 받는 게 합리적이다. '땅값 불패' 신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올 상반기 전국 땅값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남북관계 개선, 스마트시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정부가 주도하는 개발사업 덕분에 지방 땅값도 상당 부분 올랐다.
대토를 받은 토지주들이 모여 디벨로퍼와 연합해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사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디벨로퍼인 네오밸류가 개발한 강남 세곡 푸르지오시티 1차와 위례아이파크 1차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대토 보상 전담 조직을 설립한 지구도 등장했다. 문재인정부 '주거복지 로드맵'의 일환으로 지난 7일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고시된 성남 복정지구 소유주들은 '대토협의회'를 발족하고 보상 시작 전 조직적인 대비에 나섰다.
이강수 복정지구 주민대책협의회 수석부위원장은 "지주들에게 대토 제도를 자세히 알리기 위해 협의회를 구성했다"며 "시세대로 보상금을 받아도 이미 오른 땅값에 인근 지역에서는 집을 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복정지구에서는 소유주 약 600명 중 100여 명이 대토를 희망하고 있다.
대토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LH는 대토 보상 리츠 제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대토 신청자 중 희망하는 소유주들을 모아 보상받은 땅을 개발할 리츠를 설립하고 LH가 직접 자산관리회사(AMC) 역할을 하는 제도다.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LH가 직접 관리에 나선다. 일반적인 리츠처럼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을 소유주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LH 금융사업기획처 관계자는 "대토 리츠를 이르면 11월 수원 당수와 고양 장항지구에서 시범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상 계약 때 참여 여부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토지 조성 시점에 맞춰 리츠를 설립한다.
이익 공유와 집값 안정이 대토 리츠 제도의 주요 목적이다. LH 관계자는 "현금 보상이 많아지면 인근에 유동자금이 풀리면서 결국 부동산 가격이 올라 개발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도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토 보상과 이후 개발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할 수 있는 컨설팅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토 대상자는 건축법상 대지의 분할제한 면적(주거지역 60㎡, 상업·공업지역 150㎡, 녹지지역 200㎡, 그 밖에 지역은 60㎡) 이상의 토지를 LH 등에 양도한 소유주다. 주택용지와 상업용지, 기타 용지 중 1필지만 신청 가능하다. 주택용지의 경우 1인당 990㎡ 이하, 상업용지는
대토 계약을 토지 조성 공기업과 맺을 때 희망 용도와 용지를 지정하도록 돼 있다. 토지를 양도받는 LH나 경기도시공사는 신청 수요를 고려해 새로 조성될 택지 내 보상용 용지를 설정한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의 경우 2구역 지원시설 용지를 대토 보상 예정 토지로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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