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 전쟁 2라운드 ◆
매일경제신문은 최근 서울 동남권과 경기 성남시·하남시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권 불법 거래가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아파트값이 다시 반등하자 불법으로라도 분양권을 매입하거나 팔겠다는 문의도 부쩍 늘고 있다.
지하철 8호선 산성역 근처에 들어서는 산성역 포레스티아 아파트 단지는 2020년 7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변 부동산중개소에서는 포레스티아 단지에 대한 조합원 입주권뿐 아니라 아직 전매할 수 없는 일반분양권까지 알음알음 거래되고 있었다. 분당을 제외한 경기 성남시는 분양계약 후 18개월 시점인 내년 3월부터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성남시 산성동의 A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분양권 거래가 아직은 불법이지만 8개월 정도 기간이 남은 분양권은 리스크(위험)가 거의 없는 물건"이라며 "공증을 해도 되지만 워낙 잘 아는 지인의 물건이라 믿고 사도 된다"고 설명했다.
산성역 포레스티아 전용 74㎡는 일반 분양가가 4억7000만~4억8000만원 정도인데 분양권 웃돈은 1억4000만원 선이다. 분양권 프리미엄 1억4000만원에 일반분양 계약금 10%를 더한 1억9000만원 정도를 주면 분양권을 미리 살 수 있는 구조다.
현재 거래가 가능한 조합원 분양권은 6억원대 초반으로 일반분양권과 총액은 비슷하지만, 대출 없이 한꺼번에 목돈 6억원을 넣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경기 하남 감일지구의 대장 아파트인 포웰시티는 2020년 12월~2021년 3월 입주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있지만 최근 분양권 전매가 알음알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일지구의 B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분양 당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집중 조사를 하고 나서 대놓고 분양권 전매 얘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일부 중개업소에선 지인들을 상대로 분양권을 전매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골프장이 내려다보이는 동으로 웃돈이 1억5000만원 붙었다는 얘기를 얼마 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 하남시에서 높은 경쟁률 속에 분양이 이루어진 하남 미사역파라곤의 분양권도 불법 전매가 시도되고 있다.
공공택지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던 미사역파라곤은 전용 102㎡ 분양가가 약 5억4000만원으로 주변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 96㎡의 당시 시세인 9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폐쇄형 커뮤니티 등을 통해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불법 분양 매물 거래를 시도하거나 권유했다.
하남 지역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엔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떴다방식 거래보다 온라인 불법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익명성이 크고 잠깐 활동했다 사라지기 때문에 단속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리에 분양을 마친 대전 갑천 트리풀시티에 대한 불법 전매·불법 청약통장 거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트리풀시티가 지난달 30일 13만개 넘는 청약통장이 몰려 최고 53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이러한 불법 전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불법 전매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불법 거래와 선을 긋고 있지만 대전시와 해당 구청 공무원들은 떴다방 단속에 나서며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 지역 D부동산 관계자는 "청약 당첨 후 전매가 가능하냐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들어온다"며 "특히 기관 추천 등 특별공급의 경우 실거주보다는 불법 전매 등을 목적으로 당첨된 물량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불법 전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분양권 불법 전매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우선 단속의 한계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분양권 불법 전매에 대해서는 상시 조사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요즈음 특별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며 "분양권 불법 전매 단속은 광범위한 지역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시장 규제가 되레 집값 상승과 불법 거래를 부추긴다고 우려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회장은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분양가와 기존 주택 가격의 차이가 커지면 시장가격이 호도되고 불법 거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3~4년 동안은 입지가 아주 우수한 곳 말고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정부가 분양가 규제 등 시장 개입을 확대할 경우 부담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입주 물량, 금리 전망 등 여러 부동산 관련 사이클상 정부가 굳이 강한 수요 억제책을 내놓지 않았어도 시장 안정화가 가능했다"면서 "과한 규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의 정부와 서울시 간 엇박자까지 이어지며 시장 불안정성을 더욱 높였다"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