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의 메카' 서울 서초구에서 공사비 1조원대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에 진 롯데건설이 '설상가상'의 악재를 맞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GS건설이 '불법 매표 시도 근절을 위한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해 공개한 금품·향응 신고를 바탕으로 한신4지구 사업장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GS건설과 롯데건설 간 공사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뇌물 수수 비리가 부각되자 경찰이 나선 것이다. 앞서 GS건설은 조합원들로부터 제보받은 현금 다발과 백화점 상품권, 고가의 무선 청소기, 명품 가방 등을 사진으로 찍어 15일 재건축 시공사 선정 결과 발표 직전에 공개한 바 있다.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해당 현장 비리는 조합원이 롯데건설을 상대로 서초경찰서에도 고발한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제보나 정황이 나오는 경우 다른 사업장으로도 수사 범위를 넒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GS건설은 "현재 송파구 미성-크로바 아파트 등 다른 현장에서도 추가 제보가 들어오고 있어 이를 취합 중"이라며 "적극적으로 수사 의뢰에 나서기 위해 구체적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앞서 롯데건설이 공사권을 따낸 미성-크로바 사업장 역시 수사망에 오를 가능성이 불거진다.
한신4지구 외에 미성-크로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등 최근 시공사를 정한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경우, 10여년 만에 최대 규모 재건축 수사로 비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르며 '버블 7지역 지정'이 이뤄지던 2006년 검찰은 대검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전국 16개 검찰청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수사를 펼쳐 조합 임원과 건설업자, 공무원 등 120여명을 무더기로 적발한 바 있다.
앞서 한신4지구 시공사 선정총회가 열린 15일, 롯데건설은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경기도 과천시 일대 한 식당을 예약해뒀지만 수주에 실패하자 당일 예약시간에 임박해 예약을 무더기로 취소하면서 '노쇼(No Show·예약부도)'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300여명이 예약한 자리가 텅 빈 식당 사진이 SNS에서 올라오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롯데건설 관계자는 "취소에 대한 대가로 60만원을 입금했고 식당 주인이 40만원을 더 달라고 요구해 총 100만원을 전달했다"며 "당일 발표될 수주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예약이 취소될 수 있어 수저와 반찬 등 기본 세팅만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15일 총회는 개표 결과 부재자 투표에서 롯데건설(1068표)이 GS건설(823표)을 앞섰지만 현장투표에서 GS건설(536표)이 롯데건설(150표)을 역전하는 등 박빙의 상황이었다.
[김인오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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