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기부채납 운영방침 마련
서울 이촌동 한강맨션이 '현금' 기부채납 형식으로 재건축된다. 인근 한강삼익아파트도 현금 기부채납을 놓고 서울시와 사전 협의 중이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기부채납을 '현금'으로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은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도로나 공원 등 건물, 대지 등 '기반시설'의 형태만 기부채납이 가능했다.
서울시는 6일 현금 기부채납에 대한 자체 운영 방침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돼 기부채납 대신 현금으로 내는 길이 열렸지만 그동안 시 지침이 없어 시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기부채납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사유 재산을 받는 것을 가리킨다. 주로 정비사업 등에서 사업 시행자가 도로·공원·건축물 등 기반시설을 공공에 기부채납하고, 용적률·건폐율·높이 등 인센티브를 받는다.
시는 현금 기부채납이 가능한 사업지를 342곳으로 본다. 이들 구역 기부채납 예상액은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시는 기부채납으로 받은 현금을 서민 주거 안정 지원과 뉴타운 해제지역 활성화 등 도시재생사업에 쓸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용적률 상향을 적용받는 대부분 재건축 단지 기부채납률이 용지면적의 15% 수준"이라며 "용산을 비롯해 압구정, 잠실, 여의도 아파트지구 등 상대적으로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들은 불필요한 도로나 공원 등을 만드는 대신 현금 납부가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 방침에 따라 이촌동 한강맨션과 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이 기부채납할 토지의 일부를 현금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기부채납 토지의 50%까지 현금 납부할 수 있게 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된 이후 첫 적용 사례가 되는 셈이다.
한강맨션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전체 아파트 용지의 10.9%를 공원(4800㎡), 도로(2354㎡), 주민센터(1000㎡) 등 현물로 제공하고, 나머지 4.1%에 해당하는 용지를 현금 458억원으로 기부채납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현금 기부채납 허용에 다른 재건축 조합들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토지나 기타 시설 기부채납이 어려워 재건축 사업이 난관에 처했던 주택 단지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조합원의 임의단체인 '올바른 준비위' 측은 "압구정 명품단지 조성을 위해 현금 기부채납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현금으로 기부채납할 경우 △사업 시행자가 토지 등 소유자(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받을 것 △공공의 수요가 있을 때 기반시설 제공을 우선할 것 △상위 계획과 방침에서 정한 기반시설 비율을 지킬 것 등 기본원칙 준수를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전문위원은
김세원 내외주건 이사도 "그동안 기부채납 대상이 토지 또는 시설로 한정돼 융통성 있는 행정이 어려웠다"며 "선택지가 다양해진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