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분양가구 제한에 단독주택 재건축 `비상`

■ 강남 잡으려던 '6·19' 유탄

↑ 6·19 대책으로 조합원 분양가구 수 제한의 영향을 받게 된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인 천호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전경. [이윤식 기자]

서울 송파구에서 단독주택 재건축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A씨는 지난 19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듣고 '멘붕'에 빠졌다. 가뜩이나 조합원 모집이 쉽지 않은 판국에 조합원에게 분양되는 아파트 수를 제한해 버리면 사업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는 "투기할 만한 곳도 아니고 노후된 동네를 정비하려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지나친 재산권 침해에 헌법소원이라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강남 일부 고가 재건축아파트의 과열을 막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규제의 불똥이 단독주택 재건축 조합으로 튀고 있다. 조합원들의 지분이 비슷한 아파트 재건축과 달리 단독주택 재건축은 조합원 간에 보유한 토지와 건물면적 편차가 커서 이해관계 조율이 어려운데, 재건축 후 배정받을 수 있는 주택 수까지 제한되자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는 조합이 생겨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노후한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등을 허물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의 추가 설치가 필요 없는 지역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재개발과 다르다. 조합원이 적기 때문에 아파트 재건축에 비해 일반분양 물량이 많다. 서울시는 공공성이 낮다는 이유로 2012년 단독주택 재건축을 폐지했지만 그 전에 재건축 절차가 시작된 곳과 지방에서는 여전히 재건축이 활발하다.
단독주택 재건축도 조합원들은 재건축 후 새 아파트를 우선 분양받게 된다. 과거에는 서울 등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당 3채까지 분양받을 수 있었지만 6·19 대책에 따라 올 하반기 중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개정되면 1채만 분양받을 수 있다.
배정받은 후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청산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파트를 더 보유하려는 조합원이 대다수다. 전용면적 60㎡ 미만 소형 아파트를 1채 배정받을 경우 2채까지 받을 수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매력이 많이 떨어진다. 강화되는 규제 적용을 피하려면 법 개정 전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서울에서 현재 단독주택 재건축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서초구·동작구·송파구·강동구 등 주로 1970년대에 단독·다세대 주택이 집중적으로 지어졌던 곳이다. 방배동은 단독주택 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대부분 사업시행 인가 신청을 마무리해 별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강동·송파구는 사업 속도가 느린 곳이 많아 피해가 예상된다.
천호재정비촉진지구 3구역은 오는 12월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어서 강화된 규정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조합 관계자는 "3채까지 분양받을 수 있던 조합원들이 법이 바뀌면 2채만 받고 나머지는 현금 청산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 재건축이 아파트 재건축과 현실적으로 많이 다른 데다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과도 같은 취지의 사업인 만큼 보다 유연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