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료 동결 합의 '해방촌'
1970년대 니트의류 산업이 성장하면서 번성한 용산구 해방촌 오거리 일대. 하지만 지역산업 쇠퇴와 시설 노후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최근에는 이태원·경리단길 상권이 확장되면서 건물 시세와 임대료는 나날이 뛰어올랐다. 단독주택을 상가주택으로 리모델링해 수익을 내려는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3.3㎡당 매매가는 1년 새 20% 이상 뛰었다. 더 이상 임대료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재래시장 상인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야 할 판이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에 이 지역을 포함시키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유주와 상인, 용산구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가 구성됐고, 도시 재생을 통해 건물 소유주들에게도 개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지원책도 논의됐다. 신흥시장 내 건물·토지 소유주 44명과 임차인 46명은 8일 임대료를 6년간 동결(물가 상승분은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10일에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협약도 체결한다. 임대료 6년 동결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차권리 보장기간 5년·보증금 등 인상률 최대 9%(보증금 4억원 이하의 경우)' 조건보다 임차인 보호를 강화한 내용이다.
◆ 구청이 관리 나선 '성수동'
낡고 오래된 공장·창고 밀집 지역이 카페·수제화 거리로 바뀌며 '서울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 최근 뚝섬 개발 호재까지 맞물려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는 곳이다.
'대림 창고' 카페와 뚝섬 쇼핑센터 중심으로 카페와 맛집, 창업 기업이 모이는 지식산업센터도 들어서는 데다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대림산업 주상복합 등 초고층 건물이 줄줄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3.3㎡당 8만3942원이던 상가 월세는 올 3분기 9만8000원으로 1년 새 16% 이상 뛰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3.3㎡당 땅값 6만원 선에 건물을 올린 준공업지 건물주 입장에서는 매매가 급할 게 없어 임대료만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개발에 기존 카페들이 위협을 받자 성동구청이 나섰다.
일단 빅데이터와 GIS 분석을 통해 이 지역 현황부터 분석했다. 2005~2015년 성수동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95.7%로 같은 기간 서울시 평균보다 각 23.5%포인트나 높았다. 반면 2005년 2.5%에 불과했던 성수동 카페업소 비중은 2014년 7.3%로 늘었다. 소규모 상인들에 대한 위협이 분명했다.
성동구청은 지난 9월 말 성수동 일대 서울숲길 등 3곳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했고, 연말 발전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9월에는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조례도 제정했다. 구청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자 건물주들에게 리모델링 활성화 구역을 지정해 용적률 30%를 높여주거나 세금 혜택을 주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주되 연간 임대료를 9% 이상 올리지 않게끔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 홍대 일대는 관광특구 추진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이 오랜 기간 지속돼온 강북 대표 상권인 홍대 일대. 지난달 말부터 다시 술렁이고 있다. 마포구청이 조만간 서울시에 '문화관광특구' 지정을 제안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관광특구로 지정하면 음식점이 야외영업을 할 수 있고 5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분양가상한제도 풀린다. 주변 집값과 임대료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당연히 기존 상인과 문화·예술인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10년째 영업하는 상인 A씨는 "홍대 상권 변두리였던 상수·합정·연남동까지 이미 임대료가 뛰고 있다. 임대료가 매년 많게는 2배나 뛰었는데 용적률 완화 등으로 자본 유입이 가속화되면 방도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로변 3평 남짓(전용면적 10㎡)한 가판대 겸 초소형 매장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130만~150만원 선이고, 전용면적 33㎡형 소형 매장은 보증금 3500만원에 월세 300만원 수준이다.
특구로 지정되면 홍대 상권이 명동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부정적 기류도 있다. 홍대 관광특구 대책회의 관계자는 "1980년대 가난한 예술인과 상인들이 일궈낸 홍대상권에는 이미 관광호텔과 사후면세점, 저가 뷔페와 화장품 가게가 우후죽순 들어서며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 상권은 가뜩이나 최근 1~2년 새 글로벌 투자자들이 진출하며 판이 커지고 있다. 올 초 미국계 운용사 인베스코가 부동산펀드를 통해 홍대 역세권 유림빌딩과 대아빌딩을 사들였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인프라를 강화해 문화·관광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광특구
■ <용어 설명>
▷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 구도심·낙후 지역에 중·상류층과 자본이 유입되면서 땅값과 임대료가 상승해 기존 주민과 상인 등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현상이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