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넘는 고가 오피스텔로 몰린 슈퍼리치

↑ 10억원이 넘는 고가 펜트하우스 타입 경쟁률이 63대1에 달한 `대치2차 아이파크` 견본주택에 청약자들이 몰려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 HDC아이앤콘스]

서울 강남구의 한 견본주택. 최근 분양 일정에 나선 이곳 전용면적 70㎡ 유닛은 대리석보다도 더 고가인 천연석 벽 마감은 기본이고 이탈리아 타일과 독일제 수전(수도꼭지)을 갖춘 화장실에다 최신 양문형 냉장고, 와인셀러를 기본사항으로 들여놓은 부엌까지 그야말로 럭셔리한 요소로만 가득했다.
방 2개짜리인 이 평형 분양가는 11억8420만원으로 1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전용 70㎡짜리를 비롯해 14억6970만원에 분양한 87㎡ 타입까지 여기에서 선보인 초호화 중대형 타입은 지난 23~24일 진행한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이 무려 63대1에 달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강남 아파트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맞은편에 들어서는 오피스텔(대치2차 아이파크) 얘기다.
최근 10억원대에 손바뀜된 강남 중소형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10억원을 돌파하는 고가 오피스텔이 강남권 자산가들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주로 자녀 부부를 위한 실거주용이나 증여용으로 구입하는데, 수익형 부동산 특성을 살려 월 300만원이 넘는 '고급 월세'용으로 활용해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26일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해 보니 전국에서 거래된 10억원 이상 오피스텔은 2014년 83건에서 지난해 113건으로 1년 새 36%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35곳이 손바뀜됐다. 국내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텔) 시초인 타워팰리스 오피스텔이 있는 도곡동을 비롯해 청담동 논현동 등 서울 강남구에 몰리지만 신흥 부촌인 부산 해운대에서도 7건이나 거래가 이뤄졌다. 이 중 청담동 '피엔폴루스' 전용 138㎡와 공덕동 '롯데캐슬 프레지던트' 전용 264㎡가 무려 23억원으로 올해 거래가 중 1위를 지키고 있다.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 가격이 10억원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 3.3㎡당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애초에 1·2인 가구를 위한 원룸형으로 짓다 보니 전체 면적 자체가 크지 않아서다. 실제 강남구에서도 거래되는 오피스텔 대부분은 매매 가격이 2억~3억원대에 머무른다.
하지만 최근 3인 이상 가족을 위해 전용면적 85㎡ 수준이거나 그 이상을 갖춘 '아파텔' 공급이 늘고, 고가 오피스텔의 매력을 발견한 자산가들이 과거 분양한 초호화 오피스텔에 눈독을 들이면서 분양도 늘고 거래도 불붙는 분위기다.
가격에 걸맞게 강남 아파트급 내부 설계를 갖췄으면서도 상업용지에 들어서다 보니 오히려 교통 면에서는 웬만한 아파트보다 더 낫다. 수백 만원을 매달 통장에 꽂아주는 고가 월세용으로 돌리기도 좋다.
대치2차 아이파크 분양 관계자는 "강남 일대 원룸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00만~120만원을 받는데 고급형 타입은 3000만원에 월 300만원, 최고 500만원까지도 가능하다"며 "회사에서 월세를 내주는 외국계 회사 임원을 타깃으로 장기 렌트하면 수익률 6%는 거뜬하다"고 설명했다.
자녀를 위한 살림집으로 쓰다 향후 증여용으로 활용하는 자산가도 적지 않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시가가 아닌 공시가격으로 증여세를 매긴다"며 "시세에서 공시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만큼 절세 효과가 뛰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주의할 점도 있다. 현재 오피스텔 바닥난방은 전용면적 85㎡ 미만에만 허용돼 있다. 기준이 오락가락했던 탓에 타워팰리스같이 과거에 분양한 곳은 온돌 난방을 하지만 최근 나오는 중대형 오피스텔은 전기패널 같은 대체 수단을 써야만 한다. 오피스텔이라면 무조건 취득세율 4.6%가 적용돼 비슷한 수준(매입가 9억원·전용 85㎡ 초과)의 아파트보다 1.1%포인트 더 높은 것도 유의해야 한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