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개월째 빈 가게가 등장하기 시작한 홍대 ‘커피프린스 길’ 풍경. [이승환 기자] |
임대료가 치솟아도 세입자가 끊길 걱정만은 없었던 홍대 메인 상권에 텅 빈 가게들이 등장했다. '커피프린스 길'로 불리는 홍대 메인 상권. 산울림 극장에서 홍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에서 가지를 친 이곳은 차도를 사이에 두고 크고 작은 클럽과 개성 있는 옷가게, 분위기 있는 식당 등이 몰려 있다. 소규모 매장들이 줄지어 있어 걷고 싶은 거리로 통하는 곳이다. 관광 명소로 이름난 거리지만 3개월째 '임대' 쪽지를 붙인 가게가 나오고 있다.
겨울철 비수기에도 공실만큼은 없다던 홍대 상권이지만 사람들 주머니가 가벼워져 가게 수입이 크게 늘지 않아서다. 대신 권리금과 임대료는 내려올 줄 모르는 불균형이 계속되면서 공실은 늘어만 간다. 홍대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임대료가 높아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줄을 이었는데 이제는 한계치에 다다른 느낌"이라고 전했다.
범홍대 상권인 합정역 인근도 싸늘하다. 대로변에 들어선 5층 미만 소형 통상가에도 역시 10개월간 주인을 찾지 못한 곳이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해외 유명 스포츠 의류 매장이 나간 이후로는 역세권 대로변인데도 세입자가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홍대·합정 인근 소규모 매장은 3.3㎡당 임대료가 22만4500원 선이다. 종로·광화문이나 남대문 등 서울 도심(17만2600원)에 비해 30% 이상 비싼 셈이다. 홍대 상권에서 잘나가는 '걷고 싶은 거리'에 있는 가게를 보면 전용면적 26.4㎡가량 1층이 보증금 1억원 선에 월세 200만~380만원, 권리금은 5000만~ 2억원 선이다. 전용면적 33㎡ 규모 1층 테라스형 점포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30만원, 권리금은 2억3000만~2억5000만원 선이다. 단독주택 개조 골목에 들어선 매장은 전용면적 60㎡ 남짓한 2층 가게가 보증금 2000만~3000만원에 월세 230만~250만원, 권리금은 7000만~8000만원 선이다.
임대료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보니 공실은 늘어난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 도심 소규모 매장 공실률이 상반기 3.4%에서 3.7%로 늘어난 데 비해 홍대·합정 인근은 6.2%에서 8.4%로 더 큰 폭으로 올랐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장은 "계약 기간 등을 고려할 때 공실률이 5%를 넘어가면 임대 수익이 급감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로변과 '상상마당 길' 사이에 난 먹자골목인 '365거리'에서 옷가게를 하는 상인 K씨(36)는 "면적이 좁아 가판대를 밖으로 내야 하는 3평 남짓한(전용면적 10㎡) 비교적 외진 매장만 해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130만~150만원 선"이라며 "높게는 비슷한 면적에 보증금 3500만원, 월세 370만원까지 형성돼 있어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섣불리 발을 들였다가 울상인 투자자들도 나온다. 365거리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132㎡인 2~3층 가게는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700만원, 권리금은 7000만~7500만원 선"이라며 "수익률이 좋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투자자가 대리인을 두는 형식으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했지만 장사가 되지 않아 임대로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합정·상수 인근에서도 소형 신축 건물들이 텅 빈 채 세입자 찾기에 나섰다. 합정동 인근 공인 중개소 관계자는 "5층 남짓한 소형 건물은 전용면적 66㎡짜리 한 층이 권리금 없이 3000만원에 월세 300만원 식으로 나오지만 상가주택보다 인기가 없어 공실 기간이 1개월을 넘는 편"이라고 전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사업부 부동산 전문위원은 "SP
■ <용어 설명>
▷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 도심 개발로 낙후 지역에 고급 주거·상업시설이 형성되면서(젠트리파이·gentrify) 중산층 이상인 사람들이 몰리고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소상인들이 내쫓기는 현상.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