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시대를 맞아 시설보수부터 세입자 불만 처리 등을 도맡는 임대관리전문업체를 키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현실은 거꾸로 가는 형국이다. 주택임대관리업 등록제가 시행된지 1년반이 지났지만 아직 미비한 제도 탓에 좀처럼 업계에 발을 딛는 업체가 많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최근 야심차게 출범한 임대관리협회는 발기 회원사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인가를 반려당하기까지 했다.
17일 임대관리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창립총회를 연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는 총회 이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설립인가를 신청했지만 국토부가 이를 반려해 창립 후 1달 넘게 법적 근거없이 비공인 단체로 남았다. 협회는 당초 정부가 주택임대관리업 육성을 위해 주택법에 협회 설립근거를 마련한 뒤 국토부와 긴밀하게 협의했지만 공인을 못받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국토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은 회원사 숫자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발기 회원사로 10곳이 참여했는데 국토부에서는 ‘최소 30곳은 돼야 대표성을 갖춘다’며 인가해주지 않았다”며 “부랴부랴 18곳을 추가해 재인가 신청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협회가 당초 발기 회원사를 10곳만 내세운 것은 임대관리협회 설립 근거인 주택법 81조에서 요구하는 최소 요건이 ‘10명(10개사)’이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좀처럼 실적있는 회원사를 모으기 어려울 만큼 임대관리업계 저변이 협소한 현실이 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주택임대관리업체로 등록한 곳은 160곳. 이중 실제 관리실적이 있는 곳은 50여곳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영세한 곳이 적잖다. 특히 실제 시장에서는 공인중개업소가 1곳당 오피스텔 100여실을 맡는 등 오래전부터 임대관리업을 해 온 경우가 많은데 정작 등록한 곳 중 중개업소나 중개부동산법인은 한 곳도 없어 등록제가 현실과 동떨어져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임대관리업으로 등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당근’은 거의 없는 반면 새로 생기는 부담은 적지 않은 것이 임대관리업체 육성과 양성화를 가로막는다고 비판한다. 한 임대관리업체 관계자는 “등록된 회사에 임대관리를 맡기면 자기 소득이 노출될돼 세금을 더 물어야 할 것이라는 우려 탓에 관리업무 위탁을 기피하는 집주인이 적잖다”며 “등록업체에게 제공하는 세제혜택도 너무 조건이 빡빡해 사실상 대부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공실까지 임대업체가 책임지는 자기관리형으로 사업을 하면 보증상품에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한다. 효율적인 임대관리를 위해서는 임차인 모집부터 관리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임대관리업체에 중개업 겸업을 허용해주는 것이 필수지만 국내에서는 개인 공인중개사들의 반발 탓에 아직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상위 10개 대형임대관리업체가 31만2000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을 관리할 만큼 전문업체를 통한 임대관리가 정착된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임대관리협회 초대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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