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시장이 3년 만에 천양지차로 바뀌었다. 올해 들어 많게는 1억원 넘게 뛰는 등 단기 급등 피로감으로 최근 주택시장이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이곤 있지만 재건축 이주 수요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 총선·대선 기대감으로 최고 시세를 넘거나 최고 시세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매일경제신문이 부동산114에 의뢰해 수도권 시·구별 3.3㎡당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11월 현재 서울·경기·인천 61개 시·구(군 단위 제외) 가운데 47개(77%)의 3.3㎡당 아파트 가격이 역대 최고가의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31.1%인 19개 시·구는 현재 시세가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서울은 전체 25개 구 가운데 19개 구의 3.3㎡당 현재 매매가가 역대 최고가의 90%를 넘었다. 특히 저렴한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된 금천·동대문·동작·마포·서대문·성동구 등 6개 구는 올해 역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유례없는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매매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도심으로 출퇴근하기 좋고 뉴타운·재개발 사업 덕에 새 아파트가 들어선 성북구는 현재 3.3㎡당 시세가 각각 1277만원으로 직전 최고가인 2008년 8월 1278만원의 99.9%까지 올랐고, 은평구도 1261만원으로 역대 최고가인 2012년 2월 1270만원의 99.3%에 달한다. 종로와 중랑, 중구, 구로, 강북, 관악, 강서구 등도 역대 최고가의 95~98% 수준이다.
재건축 투자 수요가 많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도 최고가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초구의 3.3㎡당 아파트 시세는 2845만원으로 최고점이었던 2011년 3월(2868만원)의 99.2%까지 따라잡았다. 강남과 송파도 종전 고점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오차 범위를 감안하더라도 최고 시세까지 차오른 셈이다.
경기도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전체 28개 시 가운데 71.4%인 20개 시에서 역대 최고점의 90%를 넘어섰다. 광명, 김포, 수원, 시흥, 평택, 하남, 화성시 등 10개 지역은 올해 역대 최고가를 뚫었다. 공통적으로 최근 지하철·KTX 역세권 개발 등이 가시화하면서 기대를 모으거나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등 부동산 호재가 있었다. 여기에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청약시장도 매매시장을 떠받쳤다.
인천은 8개 구가 모두 직전 고점의 95%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송도와 청라 등 국제도시 영향으로 서구와 연수구, 상권이 발달한 부평구 아파트 가격은 현재 최고 시세를 보이고 있다. 남동공단이 있는 남동구도 종전 최고가의 99%까지 회복됐다.
이 같은 역대 최고가 아파트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이 전세금과 함께 동반 상승하면서 저가 매물이 빠진 탓에 매수세가 다소 주춤하지만 대세 하락으로 보기에는 이르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가을 이사철이 끝나면서 아파트 가격 추가 상승 동력이 약해졌지만 아직 꺾이지 않았다"며 "금리 인상과 대출 강화 등 시장에 불안 요인이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