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개포동과 강동구 고덕동 등을 포함한 강남 4구 전세난에 대한 염려가 커지면서 서울시가 재건축사업 속도 조절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주 강남 4구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을 위한 주택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재건축 속도 조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세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동안 재건축 인가 심의와 동시에 이주 시기를 조정하는 절차다.
이번에 나란히 심의되는 대상은 강동구 고덕주공 3단지(2580가구)와 강남구 개포시영(1970가구), 개포주공 3단지(1160가구) 등 3곳으로 알려졌다. 주택심의위원회는 해당 자치구가 재건축 실시를 위해 관리처분인가를 내리면 서울시가 위원회를 소집해 이주 시기를 조정하는 안을 심의한다. 이주 시기 조정 심의 대상이 기존 2000가구 이상 단지에서 올해 1월 조례 개정 이후 500가구 이상 단지로 확대됐는데 이번이 첫 적용 사례가 된다.
서울시는 2015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수급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해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 철거가 벌어져 이주하는 단지 중 일부 이주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주 시기가 늦어져 재건축이 늦어질 경우 그만큼 해당 단지 재건축 조합원들의 재산권이 침해될 소지도 있으나, 속도를 조절해야 결과적으로 완공 후 조합원들에게도 피해가 덜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추산에 따르면 강남 4구의 주택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6239가구, 1만1000가구가량이 감소(멸실)하고, 2017년 8619가구가 늘어날 전망이다. 강동구청에 따르면 재건축을 위해 이주가 시작된 고덕2단지와 삼익그린1차 4331가구는 서울시 2015년 주택 멸실 예정량 3만5000여 가구 중 12%에 해당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강동구 주택 전세금은 지난 7개월 새 7.32% 올라 서울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개포 재건축에서도 개포 주공2단지가 인근 저층 단지 중에서 가장 먼저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최근 주민 이주를 완료했다. 일원 현대(465가구)와 개포주공3단지, 개포시영까지 총 3595가구가 올 하반기 한꺼번에 사라질 수 있다. 개포주공1단지와 4단지도 강남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접수시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둔촌 주공(5390가구)과 잠실 5단지(3930가구) 등 인근 초대형 단지도 잇달아 재건축 대기 중이라 거시적 관점에서 이주 시기 조절이 절실하다. 둔촌 주공아파트는 8월 초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고 연내 관리처분계획 총회를 거쳐 내년 초 이주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잠실 주공5단지도 올해 조합장이 새로 선출돼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빨라질 태세다.
강남 4구 지역은 가뜩이나 전세난이 심한 지역들이라 재건축·재개발로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경우 공급 물량이 부족한 것은 물론 입주 시기에 공급 과다가 발생하는 '역전세난'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08년 하반기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기존 전세금도 빼주지 못해 '역전세난'이 벌어졌다. 당시 잠실 리센츠(5563가구)와 파크리오(6864가구), 엘스(5678가구) 등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줄줄이 입주했기 때문이다.
다음주 서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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