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일 인터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다. 박해일은 극 중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았다.
이순신 장군 역에 박해일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를 했다. 배우 역시 “제가요?”라고 되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묵묵하고 말 수 없는 이순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개봉 전 만난 박해일은 인터뷰 전 “시 한 편 읊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시조를 읊으며 포문을 열었다. 이러한 모습에서 이순신을 대하는 그의 진지한 태도와 진정성이 묻어났다.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이 어떤가.
완성된 결과물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작품이든 한 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번 ‘한산’ 역시 같았다. 나중에 다시 또 봐야...인상적인 것은 압도적인 후반전 전투 장면. 오랜 시간을 공들였다. 대작 영화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생각한다. 또 노력과 투자한 만큼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해 만족스럽다.
함께한 배우들 안성기, 손현주 선배를 비롯해 변요한, 공명, 수백 명의 보조 출연자들까지 이 영화는 모두 소명의식을 갖고 참여한 느낌이 들었다. 이걸 현장에서도 느꼈고, 덕분에 큰 사건 없이 작품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영화를 먼저 본 관객들의 국뽕에만 치우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반응이 좋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다. 아직은 개봉하지 않았으니 개봉 후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 사실 성균, 성규, 요한, 지환씨 등 모두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다. 당시에 모두 ‘우리가 이거 촬영한 거 맞아?’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완성도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만족했지만, 관객들이 만족하는 게 먼저니깐...
이순신을 박해일이? 이런 기대였는데 어떤지.
초반에 부담감이 피부로 느껴졌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 할수록 그 부담은 오히려 도움으로 바뀌었다. 이번에 ‘명량’에서 찍었던 스태프들이 ‘한산’으로 넘어왔다. 또 대부분 ‘노량’으로 간다. 하하. 감독님께서 작품마다 결이 달라 배우 캐스팅을 달리 한 것이라 이야기해줬고, 나 역시 이를 믿고 내 연기에만 집중을 했다.
솔직히 최민식 선배의 기운이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한산’을 촬영할 때는 기술적인 측면, 연기를 해야 하는 환경들이 ‘명량’ 때 보다 효율적이고 나은 환경이었다. 최민식 선배는 바닷물에 배를 띄워 들어갔다가 점심에 되서야 내려오는 물리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도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우리가 더 좋은 환경에서 찍고 있으니 더 잘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어떻게 이순신을 표현하려고 했는가?
내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감정의 과잉인 것 같다. 너무 드러내는 것은 지향하고 싶었다. 촬영을 하는 동안 감독님에게 기분이 느껴지는지 자주 물어봤다. 또 주변의 스태프와 상대 배우들은 물론 음악, 편지, 배경, CG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 혼자는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박해일 인터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김한민 감독님과 ‘극락도 살인사건’ 때 만나고 ‘한산’을 하기까지 ‘최종병기 활’이 있었다. 그 사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사적인 만남과 시간의 세월 때문에 내가 감독님을 감독님이 나를 알게 된 기질적인 측면이 있다. 이번 작품의 이순신 역할 제안이 왔을 때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컸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촬영을 임하는 데 있어 감독님께 많은 의지가 됐다. 이를 안 감독님이 많이 헤아려 줬고, 나의 자연인으로서의 성질을 잘 매치 시켜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김한민 감독과 촬영한 특별하게 나눈 이야기가 있는지.
감독님과 절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 좀 더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 활을 드러내는 방식들이었다. ‘한산’에서의 톤은 최대한 절제되어서 주어진 대사가 적더라도,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라도 해볼 수 있는 한 모든 기운을 실어서 날려보자고 생각했다. 다만 앞뒤 문맥이 말이 되게 노력했다.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면 연기를 안 하느니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우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대사로 전달하는 게 확실하고 일반적인 방법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얼굴 속 몇 초 안에 눈빛으로 보내거나, 짧은 호흡이라도 활용해야 했다. 더불어 대사화 하는 방식으로 똑같은 기운을 갖고 하려고 했다.
절제하는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 탠데.
촬영을 시작했을 때가 코로나 시기였다. 단체로 중간 중간 파이팅을 도모하는 회식도 없었고, 숙소 생활을 꽤 오래했던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스태프와 동료들이 서로 배려해주며 촬영에 임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다른 영화보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더 진중하고 절제된 배우 생활을 했던 거 같다. 난 숙소에서 양반다리 하고 바닥에 앉아있었다. 수양을 쌓아보자는 생각으로...하하.
촬영 전 ‘난중일기’ 등을 최대한 많이 봤고, 많이 걸으면서 잡념을 떨쳐냈다. 실제로 이순신 장군처럼 활을 쏠 수가 없으니깐.
변요한과 대적으로 나오는 연기와 지략대결이 눈에 띄었다. 호흡은 어땠나.
내가 캐스팅 된 후 바로 변요한이 캐스팅 됐다. 먼저 연락이 왔다.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냈더라. 서로 다른 곳에서 맥주를 하고 있었는데 사진 문자로 포효하는 듯 한 셀카를 보내왔다. 하하. ‘한산 파이팅’이라고 하더라. 나도 보냈고. 이것이 서로 이 작품을 대하는 시작이었다. 사실 촬영하면서 변요한 배우를 많이 만나지 못했다. 세트장이 조선팀이 들어와서 촬영하고 끝나면 왜군이 들어와서 촬영을 해야 했다. 아쉬운 마음은 수군이다 보니 횟집에서 회동을 했다. 김한민 감독과 난 촬영을 해봤지만 변요한은 처음이라 고민을 서로 횟집에서 밤새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각자의 역할 때문이라도 배려하고 존중해줬다. 또 서로 고생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힘을 많이 실어줬다.
↑ 박해일 인터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처음에는 난감했다. ‘괴물’을 촬영 할 때는 하나의 물체에 집중하면 됐는데, 이건 전방위를 다 알아야 해서 힘들었다. 적진도 가늠해야 하고, 우리가 수세에 몰렸는지도 판단해야 하고 여러 가지를 파악해야 했다. 촬영하면서 연극하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배우의 감정과 CG가 따로 놀지 않길 바랐다.
거북선도 빼놓을 수 없다. 압도적인 크기와 디테일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모형을 뛰어 넘어 배에 띄우면 뜰 것 같았다. 정말 튼튼해 보였다. 용두 얼굴이 전작과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용두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가 있을 듯 하다.
한국 사람이라면 더 느끼게 되는 기분이라는 게 있는데, 한이 서려있는 조선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느낌으로 생각했다. 짠한 느낌이 있다.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의 진법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자 제2의 주인공 캐릭터다. 극 중 거북선을 만드는 배우 박지환도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담당해주는 관계이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서로 욱하는 감정이 들었다. 특히 ‘거북선 안 쓰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나’ 이 장면을 촬영하는 데 정말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박지환은 기존 작품에서 보이지 않았던 멋진 연기를 해준 것 같다. 영화에서 보던 이미지와 달라 놀랐다. 사람이 되게 미학적이다. 섬세하고 ‘이 분이 배우로서 보여줄게 한두 가지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학익진을 붓글씨로 쓰는데, 이 장면도 인상적이다.
나 또한 필사를 했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옆에서 받았다. 영화를 보면 글을 쓰기 전 내레이션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극 중 감정과 잘 묻어난 것 같다.
‘헤어질 결심’부터 ‘한산’까지, 올해 열일 중이다.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공교롭게 다 코로나시기에 찍었다. 감독님들이 나를 좋게 봐주는 것 같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이러한 작업이 나에게 진귀한 경험이었다. 겸손하게 관객들이 즐겼으면 좋겠다. 이것이 행복감으로 다가오면 ‘나에게 좋은 전성기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
끝으로
관객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솔직히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도 버겁고 조심스럽다. 올해 이색적인 풍경이다. 뜨거운 여름 일주일 단위로 대작들이 개봉하는데, ‘한산’은 물론 다양한 영화들을 예전처럼 편안하게 극장에서 재미있게 즐겨주길 바란다.(미소)
[안하나 MBN스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