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스물다섯 혜자의 70대 적응기가 웃음과 함께 감동을 줬다.
18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김수진, 제작 드라마하우스)는 전국 기준 3.7%, 수도권 기준 4.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본격 등판한 김혜자의 연기는 깊이를 더했다. 스물다섯 영혼의 70대 혜자는 사랑스럽고 애틋했고, 절절했다. 그리고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스물다섯 혜자를 연기한 한지민의 습관까지 예리하게 캐치한 김혜자의 디테일한 연기는 마치 두 사람이 같이 연기하는 듯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다. 김혜자의 대국민 유행어 “그래 이 맛이야”를 살린 깨알 같은 애드리브 역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날 방송에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대가로 잃어버린 시간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삶에 다시 적응해가는 혜자(김혜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혜자는 죽을 결심을 하고 준하(남주혁 분)와 함께 야경을 봤던 옥상에 올랐다. 혜자보다 먼저 떨어진 신발에 맞은 준하는 옥상에 있는 사람이 혜자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떨어져도 안 죽어요. 그러니까 사세요”라는 충고를 하며 신발을 돌려줬다.
집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늙은 몸은 새벽잠도 없었다. 포장마차를 찾은 혜자는 술만 마시는 준하를 목격하고 울분이 치밀었다. “네가 뭐가 힘든데. 뭐가”라고 소리치며 뒤통수를 후려친 혜자.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 남겨진 준하도 암흑 속에 있었다.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혜자는 가출을 감행했다. 가방은 잃어버리고 집에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친절한 택시기사는 혜자를 경찰서로 인계까지 했다. 가출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혜자. 경찰들의 질문에 집이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던 혜자를 아버지와의 고소 건으로 경찰서에 온 준하가 발견하며 사는 동네까지 들통이 나고 말았다. 돌고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 혜자는 뒤엉킨 시간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계단만 올라도, 걸어도 숨이 차는 70대의 몸이었지만 살아있는 아빠(안내상 분)을 보며 혜자는 위안을 얻었다. “나한테 소중한 걸 되찾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일이었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해”라고 미소를 지으며 낯설어하는 아빠를 안심시켰다. 모태 절친 이현주(김가은 분), 윤상은(송상은 분)에게도 모든 사실을 밝혔다. 어쩔 수 없이 혜자의 얼굴을 보면 존댓말이 절로 나오지만, 예전처럼 현주네 중국집에서 하소연을 들어주는 현주와 상은은 여전히 친구였다. 그렇게 혜자의 일상은 예전 모습 그대로, 조금은 다른 시간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뒤엉켜 갑작스럽게 50여 년을 훌쩍 뛰어넘은 혜자의 70대 적응기는 먹먹한 울림을 남겼다. 건너뛴 시간은 혜자의 가능성과 꿈을 의미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좌절도 쉽게 허락되지 않은 삶, 그 인생을 혜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더 잘할걸”이라는 후회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를 눈이 부시게 만들기로 결심한 혜자의 곁에는 어색하지만 묵묵히 지켜봐 주는 아빠, 자신보다 늙어버린 딸의 머리를 염색해주는 엄마(이정은 분), 변함없이 하찮지만 다정한 오빠 영수(손호준 분)가 있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방 안에 틀어박힌 혜자
‘눈이 부시게’ 4회는 오늘(19일)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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