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대화의 희열’ 천종호 판사가 ‘소년범죄’에 대한 뜨거운 화두를 던졌다.
“안 돼.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선처를 호소하는 소년범에게 단호한 처분을 내려 ‘호통 판사’라는 별명을 얻은 소년범의 대부 천종호 판사. 그는 왜 소년재판을 맡게 된 것일까. 그가 생각하는 소년범죄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3일 방송된 ‘대화의 희열’에서는 천종호 판사가 6번째 게스트로 출연해 대화를 나눴다.
이날 천종호 판사는 호통 뒤 가려졌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는 재판 중 호통을 치게 된 이유에 대해 “하루 평균 100명, 많게는 200명을 재판해야 한다. 평균 3분 안에 처분을 결정해야 하는 거다. 그래서 다시 올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에게 야단을 쳤다”고 밝혔다. 짧은 시간 안에 아이들에게 법정에 서는 것의 무서움을 강력하게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것.
제일 센 처벌을 내린다고 하여 붙여진 또 다른 별명 ‘천10호’는 천종호 판사의 엄격함을 알 수 있던 대목. 그러나 법복을 벗은 그의 또 다른 얼굴은 누구보다 위기 청소년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천종호 판사는 ‘만사소년FC’를 만들어 매주 목요일 과거 재판에서 만났던 아이들과 축구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됐던 소년범죄에 대한 대화는 열기를 더했다. 천종호 판사는 가정 해체와 애착 손상이 소년 범죄의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아이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어른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아이들(위기 청소년)을 포기하려 하지 말고,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울타리를 치고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피해 소녀와의 일화는 훈훈함을 안겼다. 천종호 판사는 사건 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먼저 “내 딸하자”라고 말하며, 든든한 후원자를 자청했다고. 아이는 다시 평범한 학생으로 지내고 있다고 밝히며, 가해자의 엄벌뿐 아니라 피해자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사회가 함께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천종호 판사는 얼떨결에 소년재판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위기의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8년 동안 소년재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 역시 가난하고 어렵게 컸기 때문이다. 천종호 판사는 법정 안팎으로 뛰며 위기의 아이들을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비행 청소년을 돌보는 대안 가정인 ‘청소년 회복 센터’다.
천종호 판사와 대화를 하던 출연진들은 자신의 흔들렸던 지난 날을 고백하기도 했다. 유희열은 반항기 사춘기 시절 어머니의 한 마디 “네가 다시 길을 찾을 거라고 믿는다”가, 김중혁 작가는 “한 번의 실패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야”라는 어머니의 한 마디가 인생의 방향타가 됐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작은 말과 호의가 아이들의 인생에 큰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대화의 희열’은 그 어느 때보다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한 회차였다. 가볍게 시작했던 대화는 묵직함을 선사하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위기 청소년들에 대해, 또 진짜 어른다운 어른의 자세에 대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가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깨달음과 생각의 시간을 안겼다는 반응이다.
유일한 한 사람과의 무한한
shiny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