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님은 1순위가 대부분 캐스팅되는데 저는 한 8순위쯤이 캐스팅 된다(웃음). 이번 영화는 1순위 캐스팅이었다. 굉장히 기분 좋았다. 문성근, 나영희 선배도 그랬다. 1순위 캐스팅의 잔치였다."
장항준 감독이 9년 만에 스크린 복귀에 대해 이같이 시종 즐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김무열)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강하늘)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담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기억의 밤' 제작보고회에서다.
장 감독은 30일 오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기억의 밤' 제작보고회에서 "캐스팅 1순위 잔치"라면서 "제일 먼저 동생 역으로 강하늘을 캐스팅했다. 김무열 배우는 안경을 쓰면 지적이고 안경을 벗으면 묘한 분위기가 있다. 느낌이 굉장히 달라서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답을 줘서 기분 좋게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빠가 영화 감독이라고 하는데 우리 애는 아빠가 영화 만드는 걸 본 적이 없다. 이번에 작업을 하니 우리 애가 정말 좋아한다"고 즐거워했다.
장 감독은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SNS에 들어가서 '좋아요' 누르고, 버스 지나가면 카톡도 보낸다"며 "한 번은 술을 먹고 들어가 아이에게 물어봤는데 아이가 '아빠 걱정하지마 잘 될거야. 아빠도 좀 잘 돼야지'라고 하더라. 딸이 정말 좋다"고 말해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이어 "아내도 시나리오를 보고 좋아해줬다. '잘 될 것 같다'고 해줬다. 김은희 작가가 대본에서 결벽증이라고 할 정도로 치밀한 사람인다. 스릴러 장르에 대해 평가가 인색한 사람인데 좋아해줘서 기분이 좋았다"며 아내인 김은희 작가의 반응도 전했다.
입대한 강하늘 없이 장 감독과 함께한 김무열은 "내가 맡은 캐릭터는 상당히 아픈 인물"이라며 "배우라면 누구든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배역이었고, ?v아감 대단한 스릴러 책이었다. 스릴러라는 장르가 처음이었는데, 스릴러는 상당히 보는 재미가 있는 장르인데 연기하면서도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무열은 또 "(강)하늘이가 '4kg 빠질 정도였다'고 했는데 정말 내내 달렸다"며 "감독님은 '내일이 아니어서 괜찮다'고 하시더라. '고생해야지'라고 하더라. 하늘이가 힘이 들어 점심도 안 먹고 차에서 잤는데 감독님이 하늘이 보고 '신생아'라고 별명을 지었다. 계속 자니깐 '저 신생아, 비 맞고 맨발로 뛰게 해야 잠이 깬다'고 하더라"고 폭로(?)해 현장을 웃겼다.
이에 장 감독은 "김무열 배우가 폭로하니깐 신이 나나 보다"라며 "강하늘 배우는 너무 좋았다. 사람들이 '가식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깨끗한 사람이다. 스태프를 너무 좋아한다. 자다가 중간에 시간 나면 스태프들과 얘기한다. 언젠가는 밥차 사장님과도 대화를 나누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영상으로 등장한 강하늘은 "비 속 추격신이 힘들었다"며 "달리기로 사람은 절대 차를 따라갈 수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장항준 감독은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무한상사' 연출한 뒤 대중의 반응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무한도전' 프로그램이 정말 대단하더라. 다 알아봐 주더라"며 "그런데 솔직히 불편하더라. 전에는 가끔 침을 뱉을 때가 있는데 이제는 머금고 있게 되더라"고 말해 또 폭소를 유발했다.
김무열은 "모니터 보면서 작품 이야기 하는데
장 감독은 "나도 처음에는 민망했다"면서도 "세상에는 '무한도전' 나온 사람과 안 나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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