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두 세계에 사는 소녀 춘과 소년 곤. 신분의 차이라기보다 전혀 다른 세계의 존재이기에 인연을 맺을 수 없다. 하지만 소녀와 소년은 우정을 이어가고 나아가 사랑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쌓아간다.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해 940억원이라는 흥행 수익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나의 붉은 고래'다. 인간과의 접촉이 금지된 세계의 소녀 춘이 자신 때문에 죽어버린 소년 곤을 다시 인간세계로 돌려보내기 위한 모험을 담아낸 작품이다. 자연과 인간의 생명을 아우르는 철학적 메시지가 강하게 녹아 있다.
춘의 세상은 성년이 되면 고래가 되어 인간 세상을 둘러보고 돌아온다. 춘도 성년이 되어 인간 세상의 여행을 갔으나 그물에 걸려 돌아오지 못할 상황에 놓인다.
낑낑대는 춘을 도와주려 발 벗고 나섰다가 목숨을 잃는 곤.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춘은 죄책감에 휩싸여 금기를 깨고 곤을 살려내려 한다. 아기 고래가 된 곤을 키워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는 것. 하지만 이는 춘의 세상을 재앙으로 만드는 결과를 불러온다.
장자의 '소요유' 속 등장하는 붕이라는 큰 새와 거대한 물고기 곤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나의 붉은 고래'는 다소 어려운 사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순하게 말하면 측은지심이다. 착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곤과 춘이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교훈적인 내용이다. 춘의 세상 속 삶과 규칙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인간 세상에서도 한 번쯤은 생각할 수 있는 요소들이 꽤 많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난관은 있다.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할 때도 그렇다. 쉬운 선택이라고, 당연한
양선과 장춘 감독이 대학생 때 만든 단편을 장편으로 제작하며 기획에만 10년, 제작에 2년의 공을 들인 작품이다. 다양한 상상력이 발현된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는 중국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정도로 해도 될 듯싶다. 101분. 전체 관람가.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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