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지 않는 힙합의 시대. 2030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힙합이 여성에게도 길을 넓힌 데 이어, 이젠 10대의 꿈과 희망도 ‘스웨그’를 타고 울려퍼졌다. 그 중심엔 지난달 31일 종영한 Mnet ‘고등래퍼’가 있었다.
‘고등래퍼’는 기존의 힙합 서바이벌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이며 ‘10대 힙합’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가족, 우정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비롯해 학교폭력 등 어두운 세상을 향한 돌직구까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들이 들려주고자 한 ‘음악’ 아닌 일부 출연자의 과거가 프로그램의 발목을 붙잡으며 숱한 논란에 휩싸였다. 바른정당 장재원 의원의 아들 장용준은 결국 2회 만에 프로그램을 하차하는가 하면, 최종 우승을 거머쥔 양홍원 또한 과거 일진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제작진 입장에서 시즌1에서 불거졌던 이같은 논란은 반추하고 개선해야 함이 당연한 일.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진행된 TOP3 공동 인터뷰에 참석한 고익조 CP는 시즌1의 맹점을 돌아보고 나아가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고CP는 “개인적으로는 그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게 미덕 아닐까 싶었지만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시청자들이 불쾌하다 생각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각별히 세심히 신경 써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의 인성적인 부분에 대해 시청자들이 우리 생각 이상으로 민감하게 생각하시고, 그런 걸 체험했기 때문에 지원자들과의 미팅을 좀 더 세심하게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고CP는 이어 “때문에 출연자 자격 조건 등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는 심도 깊게 진행 중이다. 보시는 분들이 최대한 불편함 없으시도록, 프로그램 취지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의 가이드라인, 절충선을 계속 논의 중이며 그런 부분이 다음 시즌에서는 반영될 예정”이라 덧붙였다.
논란의 당사자인 양홍원 역시 반성의 뜻을 전했다. 양홍원은 “스스로도 반성하는 부분이었지만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으며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 것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양홍원은 “그런 것을 버티면서 제가 기억하는 친구에게 먼저 연락해서 지금도 다가가고 있다. 그 친구에게 만남을 요청했지만 그 친구는 아무 생각이 없다고 전해 들었다.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고 얘기하더라. 사과를 받아줄 생각은 있지만 촬영 도중 받을 생각은 없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논란 후속 근황을 전했다.
이어 “솔직히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힘든 게 당연한 것이고 다시 돌아보게 됐다. 다시 돌아보게 되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인, 그것도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고등래퍼’는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와는 또 다른, 힙합 서바이벌의 또 하나의 장을 구축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어 “혹시라도 비슷한 꿈을 가진 자녀를 두고 계신 부모님이 너무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이런 것도 이 친구의 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고CP는 “시즌2에는 힙합에 꿈을 갖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해주면 좋겠다. 우리가 모르는 최하민, 양홍원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망설이던 친구가 프로그램을 통해 확신을 갖고 (음악에) 매진한다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대한 많은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TOP3 양홍원, 최하민, 조원우 모두 ‘고등래퍼’에 대해 “힘들었지만 많은 배움을 얻은 시간”이라 힘 줘 말했다. ‘고등래퍼’를 통해 자신의 음악에 대한 발전적인 고민을 통해 성장과 활력을 얻을 수 있었고, 스스로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확신도 얻었다는 것.
각자 꿈꾸는 음악에 대한 색도 삼색이었다. 자칭 ‘평화주의자’ 최하민은 “들었을 때 이 음악은 너무 듣기 좋다는 음악을 만들고 싶은 게 내 바람”이라고 말했고, 조원우는 “퇴보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하는 음악을 보여주며 시대에 발 맞춰가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양홍원의 다짐 또한 의미심장했다. 그는 “나도 소심한 성격이지만 음악 안에선 소심한 게 없다.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 자신은 없지만 내 음악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고,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소심한 사람이 내 음악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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