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 전도사 役
"분량보다 故유재하 노래 많이 쓸 수 없어 아쉬웠죠"
"관객이 지겨워하면 당연히 변화해야죠"
"'1박2일' 대상 안 받아 족쇄는 없지만 계속 출연하고 싶어"
배우 차태현은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의 몸에 들어갈 수 있는 뜻밖의 능력을 갖게 된 남자 이형(차태현)이 여고생부터 치매 할머니까지 몸을 갈아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그는 나름대로 '사랑의 큐피드'로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신보다 여고생, 업무에 찌든 경찰, 노총각 선생님, 치매 할머니가 좀 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했기에 만족해했다. 물론 "나중에 영화를 본 뒤에는 '조금은 더 나와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웃으면서도 "관객이 내 분량이 적은 걸 아쉬워하지 않는다면 각 에피소드에 나온 분들이 잘해준 것이니 이 영화의 의도와 맞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영화는 요절한 가수 유재하를 추모하는 뜻이 담기기도 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청혼하러 가는 이형에게 사고가 나고 본인을 비롯한 많은 이의 사랑을 되찾는 이 이야기에 '사랑하기 때문에'와 '지난달' 등 유재하 노래 두 곡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
하지만 더는 허락을 받지 못했기에 다른 곡들이 사용되지 않았다. 대대적으로 홍보되는 것에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차태현 역시 "내 출연 분량의 아쉬움보다 유재하의 노래에 포인트를 많이 둔 영화였는데 그의 노래를 많이 사용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상업적으로 쓰이는 게 싫을 수도 있으니 당연히 이해한다. 그래도 어떻게 보면 두 곡이라도 사용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긍정했다.
20년 넘게 연기를 해오면서 "비슷하다", "싫증 난다"는 이야기도 듣는 차태현. 그 역시 그런 반응을 수긍하고 노력하는 편이다. "관객이 지겨워하면 당연히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중간중간 드라마에 참여하죠. 최근에 '프로듀사'도 비슷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호흡, 다른 장르에 참여하면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능도 변화를 줄 수 있는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어찌 보면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게 친분에 의한 출연일 수 있다. 그는 "이제껏 일해오면서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나를 도와주는 사람도 있으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작자인 형(제작사 AD406 차지현 대표)의 무언의 압력(?) 때문이기도 할까? "형이 맡는 작품은 웬만하면 출연하고 싶진 않아요. 가족이 개입하니 객관적으로 할 수 없는 게 있더라고요. 그래도 '끝까지 간다' 등이 잘되는 걸 보고 형이 대본을 뽑는 능력이 탁월한 걸 느꼈죠. 솔직히 같이하기는 싫은데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좋으면 거절하기 힘들어 그때부터 고민이 생겨요. 머리 아플 정도죠. 하하."
"어머니가 '너는 왜 유명 감독과 일 못 하느냐?'고 하신 적이 있어요. 영화 열 몇 편을 했는데 유명 감독님과 작품을 한 건 지금 진행 중인 '신과 함께'뿐이네요(웃음). 사실 이제껏 제의가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남들이 안 하려고 하는 걸 하는 성향이 있나 봐요. 오래되긴 했지만 '복면달호'도 그 설정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을 것 같은데 다들 안 하겠다고 했던 작품이죠. (코미디언) 이경규 대표님이 무슨 상관인가요. 감독하신 것도 아닌데요. 이경규 대표님이 TV에서 절 은인이라고 한 걸 봤는데 그 영화가 성공을 많이 한 건 아니어도 어느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요. 그 때문에 신인이나 재기하는 감독님들과 함께해 잘 되면 기분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차태현은 배우라는 직업이 좋다는 걸 이렇게 표현했다. "배우들은 그 나이에 맞게 할 수 있는 게 있으니, 마흔 살을 먹으면 마흔 살의 연기할 수 있어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일을 안 하면 그때는 괴롭지만 또 백수연기는 잘하겠죠. 하하하. 욕하고 격렬한 베드신 연기도 할 수는 있는데 그런 건 딱히 하고 싶진 않아요. 어울리지도 않을 거고요. 흠, 근데 그런 걸 보는 건 좋아하는데, 보는 것과 연기 하는 것과는 다른가 봐요.(웃음)"
지난 2012년 합류해 활발히 활동 중인 KBS 대표 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도' 여전한 인기다. 차태현은 아직 그만둘 생각이 없다. 예능에 출연하면서 사람
차태현은 "예능 하면서 정말 내 많은 게 담기는 것 같다. 이미지 좋게 연기하려고 해도 절대 할 수 없다. 만들려고 하는 게 없기에 보이는 게 정말 전부"라며 "아직은 '1박2일'을 계속하고 싶다. 나갈 이유도 없다. 물론 내가 대상을 안 받았으니 채워진 어떤 족쇄는 없다"고 웃었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