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만 살려 준다면 무엇이든 할 게요, 무엇이든.”
빠르다.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은 없다. 천사 같은 아이가 잘못될까 내내 무섭고 불안하다. 아이를 잃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넋나간 엄마를 보고 있으니 안타깝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잔혹한 범행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극이 진행될수록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 내느라 여념이 없다.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는 이혼 후 육아와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 지선(엄지원)과 미스터리한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의 이야기다.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한 지선과 그녀의 아이를 데려간, 비밀투성이의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의 추격전을 다룬 미스터리 감성 드라마.
이 영화 전체를 감싸는 건 역시나 '모성애'다. 기존의 그 어떤 작품보다 섬세하고 깊이 있게 주목한다. 여기에 ‘워킹맘’, ‘납치’, ‘외국인 불법 체류자’, ‘가정 폭력’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편한 현실과 영화적 재미를 위한 ‘미스터리’를 가미했다.
엄마가 된 여자는, 수시로 정체성을 '미씽'한다. 내 아이를 위해서는 뭐든 내어줄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어떤 상황에 놓이냐에 따라 무서운 괴물이 되기도, 한 없이 성스러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평소 그 기이한 능력을 숨기고 살고 있지만, 계기만 생기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래서다. 관객들은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납치 뒤에 숨겨진 끔직한 진실을 마주할수록 혼란스러워지는 건. 한매의 민낯이 벗겨질수록 치솟던 분노는 갈 길을 잃는다. 하염 없이 흐르는 눈물 역시 누굴 위한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모든 실체가 드러났지만 시원함은 없다. 끈임없이 불편하고 먹먹하다. 짠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납치범인 한매와, 그녀로부터 지옥을 경험한 지선이 한 사람으로 보이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여자’일 때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만 하는 한계, 시시때때로 마주하게 되는 연약함과 무기력함도 담아낸다. ‘여자’이자 ‘엄마’이기에 느낄 수 있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쉴 틈 없이 자극한다.
이 어렵고 복잡한 과정들은 오롯이 엄지원과 공효진을 통해 완성된다. 엄지원은 이야기 전체를 밀도 있게 끌어가고, 공효진은 그 사이 사이를 거칠게 휘두르며 폭발시킨다.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은 우열을 가리는 게 무의미 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이미 영화 ‘소원’으로 절절한 모성애를 연기했던 엄지원은 전작 그 이상의 연기력으로 당당히 제 역할을 해낸다. 공효진은 트레이드마크인 ‘공블리’를 떨쳐내고 흥행 배우가 아닌 연기파 배우로서의 이름값을 증명해낸다.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그녀의 연기에서 열정과 노력을 느낄 수 있지만, 서툰 한국어 연기는 좀 튄다 싶다.
결국 ‘감성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감성과 미스터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왜?’라는 물음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그 대답이 무의미해지는 뭉클한 결말을 공감 있게 완성했다. 관객들은 비극이나 불의, 사건사고를 보면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보편타당한 감정에서부터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게 느낄, 그리고 엄마이기에 공감 가능한 특수한 감정까지 다양한 범위를 넘나들며 빠져들게 된다.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영화다. 하지만 같은 여성이라도 아이가 있고 없고에 따라, ‘엄마’여도 저마다의 현실에 따라 울
반면, 남성 관객은 이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깊이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우려도 든다. 단순 사건과 서사만으로는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보기엔 역부족일 듯 싶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는 오는 30일 관객들과 만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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