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몬스터’는 제목 그대로 ‘몬스터’다운 드라마였다.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준 건 아니지만 묵묵하고, 우직하고 또 단단했다. 최근 안방극장에서 보기 드문 장편 복수극임에도 불구, 마지막까지 고정 시청층을 놓치지 않고 꽉 잡았다.
‘몬스터’ 세계 속 악(惡) 위엔 더 큰 악이, 또 그 위에 절대악이 존재했다. 끝날 듯 끝나지 않은 악의 향연에 복수를 꿈꾼 강기탄(강지환 분)의 늘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렇게 ‘몬스터’는 혼돈의 연속이었지만 결국 악은 죽음으로써 응분의 대가를 치렀고, 지독하게 현실적이라 씁쓸하나마 해피엔딩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마무리됐다.
50부에 달하는 긴 여정을 달려온 ‘몬스터’. 그 중심에는 강기탄 역의 강지환이, 그리고 그가 보여준 괴물 같은 열연이 있었다. 그에게 ‘몬스터’와의 지난 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50부작은 처음이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끝까지 감독님 배우들과 웃으며 끝낼 수 있어서 서운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큽니다.”
‘콘크리트 시청률’이라 불린 10%대 초중반의 성적을 유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몬스터’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만큼 아쉬움도 남는 것도 사실이다.
‘돈의 화신’ 이후 3년 만에 다시 만난 장영철-정경순 작가와의 호흡은 ‘척하면 척’이었지만 24부작이던 ‘돈의 화신’과 달리 50부작 ‘몬스터’에선 다양한 캐릭터에 할애된 분량이 응집되는 과정에서 집중도가 떨어진 점에 있어서 아쉬움도 남는다는 게 강지환의 솔직한 심정이다.
첫사랑 오수연(성유리 분)과의 멜로 라인 실종 역시 못내 아쉽다고. “개인적으로 멜로 부분은 아쉬웠다. 부모와 가족을 죽인 원수에 대한 복수가 중점적으로 그려졌지만 그 시발점에 멜로도 있었는데 워낙 방대한 스토리를 끌고 가다 보니 정작 주인공의 멜로 부분은 아쉬운 게 사실”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결말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지환은 “시즌2를 기대하는 건 전혀 아니지만, 인물들에게 열린 결말로 간 게 가슴 속 먹먹함을 덜하게 해준 것 같다. 응징하고 마침표를 찍은 것 보다 열린 결말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몬스터’는 지난 3월 28일 ‘동네변호사 조들호’(KBS), ‘대박’(SBS)과 한 날 한 시 자존심을 걸고 출발했으나 동시간대 1위라는 재미는 50부 여정 중 잠시 맛보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중반 이후엔 ‘닥터스’(SBS)의 기세에 밀려 그저 하염없이 ‘그들만의 리그’에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시청률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몬스터’만의 재미는 분명했다. 이는 여러 월화드라마가 들락날락하는 가운데서도 ‘몬스터’를 떠나지 않고 지킨 콘크리트 지지층의 존재로 증명된다.
“사실 초반에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처음 맞붙은 작품들에 비해 시청률이 밀리고, 떨어질 땐 상처도 많이 받았고, 지친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한 작품 보내고, 또 새로운 작품이 오고 하니 무덤덤해지더군요. 하지만 우리 드라마를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확실했고, 6개월 이상 흔들림 없이, 리우 올림픽에도 흔들림 없이 버텼다는 게 어떻게 보면 대단한 것이라 생각해요. 솔직히 초반엔 힘이 빠졌는데 후반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단단했던 시청자 여러분 덕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몬스터’는 강지환에게 스스로를 다지는 시간이었고, 강기탄의 희로애락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소화하게 한 계기가 됐다. 교통사고나 화상 등 뜻하지 않은 사고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시련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며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
“드라마 제목이 ‘몬스터’라 엔딩에선 내가 괴물이 되려나보다 자기최면을 걸기도 했지만 이번 작품은 정말 힘드었던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지만 극중 강기탄이 최종 승자가 됐듯, 강지환 역시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셈이다.
전작 ‘돈의 화신’, ‘빅맨’에 이어 ‘몬스터’까지 3연속 복수극에 출연하면서 의도치 않게 ‘복수극 전문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강지환. 그는 “연기적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면서도 웃음과 슬픔, 선과 악에 대한 연기를 하는 게 좋아 선택한 것일 뿐인데 의도하지 않게 그런 이야기가 들리더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스스로 ‘복수극 전문배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차기작에선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는 각오를 분명
“저 원래 멜로 배우에요.(앞서 강지환은 ‘90일, 사랑할 시간’을 통해 멜로의 정점을 찍은 바 있다) 현 시점 멜로도, 코믹도 가능한 배우라는 평가는 감사하죠.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일단은 조금만 쉬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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