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엘리시움(Elysium)'은 고대 그리스에서 태동한, 선택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낙원을 일컫는다. 그룹 빅스(라비, 켄, 레오, 홍빈, 엔, 혁)는 '하데스(Hades)'를 통해 팬들과 만났다. 죽음과 지하 세계를 다스리는 신의 옷을 입은 이들은 엘리시움에서 그들의 별빛(빅스 팬클럽)과 뜨겁게 호흡했다.
빅스 단독콘서트 '라이브 판타지아 엘리시움'은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1만 여 팬들은 관객석을 가득 채웠고, 공연은 14일까지 이어졌다. 폭염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던 이틀 동안 2만 여 팬들은 그보다 더욱 가열차게 활동을 시작한 빅스에게 성원을 보냈다.
빅스가 이번에 발표한 '하데스'는 올해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프로젝트 '빅스 2016 콘셉션'의 두 번째 미니 앨범이다. 지난 4월 공개한 '젤로스(Zelos)'는 그리스 신화 속 질투의 신에서 의미를 따왔다. 앨범마다 내세웠던 빅스의 웅장한 콘셉트는 단독 콘서트에서도 무대에 올려졌다.
빅스는 오프닝에서 각 멤버가 쇠사슬에 묶인 채 등장했다. 이들은 절규하는 듯한 모습으로 자신들을 옭아맸던 것들을 풀어내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지하 세계와 하데스를 연상하게 하는 퍼포먼스에 '사슬' '어둠 속을 밝혀줘'로 어두운 기운을 내뿜었다.
라비는 마이크를 잡은 뒤 "1년 반 만에 한국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긴장되지만, 팬들의 응원에 힘이 난다"고 했다. 홍빈은 "라비가 열정적으로 무대를 해서 구두 뒷굽이 날아갔다"고 소식을 전했다. 대형 화면에 잡힌 라비의 구두는 홍빈의 말처럼 뒷굽이 떼어져 나가 그 흔적만 남았다. 머쓱한 라비의 웃음에 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에프터 다크(After Dark)'에서는 화려한 무대 연출이 얹혀졌다. 객석으로 돌출된 곳에는 LED 조명이 빛을 발했고, 1층 객석 가장 앞 부분에서 라비가 등장했다. 밴드와 합을 맞추던 빅스 멤버들은 팬들을 향해 더 가깝게 일렬로 줄을 서 안무를 퍼부었다. 그들의 셔츠가 땀으로 흥건해질 때마다 팬들의 호흡도 가빠졌다.
빅스 멤버들이 그동안의 근황을 전한 뒤에는 솔로 파트로 짜인 세트 리스트가 준비됐다. 켄은 '잠 못드는 밤에'로 가창력을 선보였고, 레오는 '트랩(Trap)'에서 여성 댄서들과 도발적인 무대를 전했다. 바닥에 콘베이어벨트가 설치돼 곡의 흐름에 맞춰 앞뒤로 자리를 이동했다. 엠넷 '쇼미더머니4'에 도전했던 라비는 '담라(DamnRa)'로 힙합 스웨그를 선사했다.
배우 활동을 했던 홍빈은 '에인트 노 션사인(Ain't No Sunshine)'으로 분위기 있는 발라드를 선보였고, 혁은 '사랑하기 때문에'로 홍빈이 잔잔하게 만든 물결에 힘을 보탰다. 중세 발레복을 연상하게 하는 의상을 입은 엔은 맨발로 발레복을 입은 댄서들과 시선을 사로잡는 안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준비를 위한 중간 영상이 재생되는 순간에도 빅스는 하데스와 엘리시움 콘셉트에 초점을 맞췄다. '엘리시움으로 가기 위한 코인을 모은다'는 주제 영상이 공연 내용과 결을 같이 했다. 팬들은 대형 화면 속에서 멤버들의 얼굴이 잡힐 때마다 함성을 내질렀다.
빅스는 신곡인 '판타지(Fantasy)' '러브 미 두(Love Me Do)' 무대를 처음 공개했다. 음악 속에서 줄거리를 전하는 듯한 안무였다. '콘셉트돌(콘셉트과 아이돌 합성어)'로 설명되는 빅스의 그룹 색깔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에 대해 엔은 "별빛들에게 가장 먼저 안무를 선보였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선물을 주기 전의 설렘이 있었다. '역대급'이라고 할 정도로 빅스에게는 소중한 곡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라비는 "'판타지'는 빅스의 모습 그 이상을 위해 고민한 노래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빅스는 '마이 라이트(My Light)' '지금 우린'을 부르고, 무대 곳곳을 찾아 별빛과 인사를 나눴다. 관객들은 팬클럽이 미리 준비해뒀던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지켜줄게'라는 작은 플랜카드를 흔들었다. 하데스가 준비한 엘리시움은 이 곡들에 정점을 찍으면서 구현됐다.
'다칠 준비가 돼 있어' '저주인형'을 연달아 부른 빅스는 "슬로건 이벤트에 울컥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항상 응원해주시는 것을 알고 있다. 별빛을 지키는 빅스가 되겠다"며 "'언제나 함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덜었다. 성공적인 활동이 될듯 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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