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주인공들과 함께 뛰어다니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렇게 한 시간이 빨리 가다니. 바로 MBC 새 수목드라마 ‘W(더블유)’의 이야기다.
20일 오후 방송된 ‘W’에서는 아버지 오성무(김의성 분)가 연재하는 웹툰 ‘W’에 끌려들어간 오연주(한효주 분)와 웹툰 속 ‘완벽남’ 강철(이종석 분)이 만나는 장면이 그려졌다.
흉부외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는 오연주는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아버지의 작업실로 향했다. 오성무의 문하생 박수봉(이시언 분)은 “선생님께서 한 발자국도 방에서 나오신 적이 없는데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며 마감 시간을 걱정했다. 오연주는 작업실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던 중 화면 속에서 뻗어나온 피투성이 팔에 이끌려 웹툰으로 빨려 들어갔다.
웹툰 속에서는 주인공 강철이 생사를 오가고 있었다. 오연주는 갑자기 호텔 옥상에 피투성이 남자와 마주하고 있게 돼 놀랐지만, 의사의 본능으로 강철에 응급조치를 해 그를 살려냈다. 경찰들에 증언을 하기로 하고 기다리던 오연주는 갑작스럽게 ‘계속’이라는 홀로그램이 뜨자 당황하고, 곧 현실세계로 돌아온 것을 느꼈다.
그 때야 자신이 웹툰 속으로 들어갔었다는 걸 깨달은 오연주는 박수봉으로부터 “선생님이 연재분을 올리셨더라. 다른 곳에서 바람 쐬시면서 작업하시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황당하게도 모니터에는 오연주가 강철과 마주했던 장면들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었다. 오연주는 “이거 난데”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일들은 계속됐다. 오연주는 다음 연재분에서 강철이 자신의 명함을 들고 부하들에 “그 여자가 내 인생의 키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내 명함이 그대로 찍혀 있어. 이건 내가 그 때 경찰에게 줬던 명함이야”라고 아연실색했다.
그 시각, 개인재산 8천억 원을 보유한 국내 최고 부호인 강철은 오연주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었다. 그는 “신분이 모두 가짜”라고 말하는 윤소희(정유진 분)의 말을 듣고도 오연주가 자신을 해치려는 적은 아니라고 느꼈다. 강철은 “내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며 오연주를 ‘인생의 키’라고 표현한 이유를 설명했다.
강철은 처음부터 부자는 아니었다. 과거 올림픽 사격 권총 금메달리스트였던 강철은 가족들 살해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최종 판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폐인 생활을 지속하던 강철은 자살을 결심했으나 가족들을 죽인 범인은 찾고 죽겠다는 마음을 먹고 곧 추적에 돌입했다.
드라마는 한 시간 내내 웹툰과 현실을 넘나들고 강철의 과거와 현재를 오갔다. 시간과 공간이 계속 뒤바뀌면서 시청자들은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는 ‘파격 전개’였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중심을 잃지 않고 차원 이동에 성공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효주, 이종석이라는 두 배우의 힘이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정대윤 PD는 시공간 이동과 스릴러 요소가 복합된 ‘W’가 시청자에게 어렵게 다가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그만큼 배우들의 감정선이 가장 중요한데, 한효주와 이종석이란 배우가 이를 잘 해줬다”고 답한 바 있다. 아무리 시공간 초월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장치를 설치한다 해도 배우들이 감정선을 잘 이끌어가지 못한다면 공감과 이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 PD의 말대로 한효주와 이종석은 노련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가이드’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특히 한효주는 차원을 넘나드는 주인공으로서 부담감이 컸을 텐데도, 긴 연기경력으로 쌓은 안정감으로 전혀 드라마가 어렵지 않게 느껴지도록
첫 방송에서 기대 이상의 몰입도를 자랑한 ‘W’는 동시간대 KBS2 ‘함부로 애틋하게’와 SBS ‘원티드’와 경쟁을 해야 한다. 비록 후발주자지만, 지금의 분위기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과연 ‘W’가 초반 시청층 유입에 성공해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