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키도 훤칠하고 미소가 시원스럽다. 시원스러운 성격과 함께 입담도 솔직하다. 예전에 언젠가 도상우를 마주쳤을 때 느꼈던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안에 ‘진중함’이 더해졌다. 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배우로서 한 뼘 자란 도상우가 보였다.
도상우는 화제 속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주세훈 역을 맡아 활약을 펼쳤다. 다양한 세대가 나오는 ‘내 딸 금사월’에서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주연급이다. 드라마에서 오혜상(박세영 분)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악행을 스스로 파헤쳐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운명에 놓인 인물로 50부작을 살았다.
“주세훈이란 캐릭터는 참 매력적이었다. 처음에는 자유분방하고 능글 맞지만 그 속에 사연이 있고, 나중에는 감정이 변하고 날카로워진다. 순수했던 캐릭터여서 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주연이라서 더 애착이 있거나 한 건 아니다.(웃음) 캐릭터를 잘 구성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는 다른 작품들과 똑같았다. 이렇게 순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주세훈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었다.”
하지만 워낙 진폭이 컸던 캐릭터라 ‘자신과의 싸움’ 같았단다. 도상우는 “세훈이 때문에 위경련도 오고 밥도 못 먹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간혹 있었고, 주세훈을 표현해야 하는데 자신이 잘 하는 걸 입히려고 하니 부딪힘이 생겼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주세훈을 만들어갔던 건 제 욕심 때문이었다.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 고민들 속에서 싸우면서 주세훈을 해나갔다. 나름대로 발전하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 사진=내딸금사월 방송 캡처 |
그렇게 치열하게 만들어갔던 이유가 그의 ‘첫 주연’이기 때문이었을까. 도상우는 “주연, 그 이름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고 말하며 자신은 ‘주연’이란 이름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단다.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소중함을 알기에 도상우는 더욱 겸손하려 노력했고, 연기에만 몰두했다.
“사실 연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제가 운 좋게 들어간 것뿐이다. ‘제 실력으로 됐다’ 혹은 ‘이제 주연이다’ 이런 생각을 해서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해서도 안 되는 걸 잘 안다. 오디션에 많이 떨어져봐서 그 기회에 대한 소중함을 안다. 연기를 시작할 때에는 행복하고 재밌어서 한 것이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 진지하게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생각과 고민이 많아진다.”
모델 출신 배우로 수많은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시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도상우는 길을 잃지 않고 ‘직진’했다. 그래서 ‘내 딸 금사월’을 만났고, 배우로서 자신의 이름을 시청자에 각인시켰다. 도상우 개인에겐 큰 선물이 됐지만 ‘내 딸 금사월’은 ‘막장 논란’에 시달리면서 호평과 혹평을 오갔다. 그는 “출연자로서 속상했다”고 입을 열었다.
“많이 속상했다.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 견뎌내고, 다들 똘똘 뭉쳐서 엄청 열심히 하고 있는 와중에 들은 혹평은 솔직히 힘들었다. 반응을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물론 상처받는 부분도 있었지만 다 관심을 가지고 더 잘 되라고 하는 말이 아니겠나. 그래서 보고 수용할 건 수용하고 이겨낼 건 이겨냈다.”
드라마에서 결국 주세훈은 오혜상을 직접 감옥에 보냈고, 한참 후에도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고 홀로 가족들과 살아갔다. 문득 ‘내 딸 금사월’ 이후의 주세훈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졌다. 도상우는 “주세훈은 정말 순수한 사랑을 했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주세훈은 정말 맑은 청년이었다. 그의 사연이 좀 더 전달이 됐다면 주세훈의 아픈 이야기가 더 공감을 얻었을 텐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도 워낙 많아 빠진 부분들이 좀 있다. 제 생각엔 그 신들이 나왔으면 했는데 안 나와서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주세훈의 순수한 마음은 잘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다. 전 세훈이가 끝까지 혜상이를 못 잊었을 거라 생각한다.”
도상우는 주세훈이란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컸지만, ‘내 딸 금사월’ 촬영장이 주는 ‘힘’이 대단했다고 입이 닳도록 말했다. 워낙 촬영장 분위기가 가식 없이 서로 ‘가족’처럼 좋아서 호흡도 남달랐다고. 특히 오혜상을 맡은 박세영과 ‘전설의 마녀’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전인화를 떠올렸다.
“(윤)현민이 형도 정말 좋고 다른 선배님들도 너무나 좋았지만 일단 저는 (박)세영이와 붙는 장면이 많아 둘 사이의 호흡이 중요했다. 워낙 착한 친구라 내가 연기하는 부분에서 감정을 실어서 연기를 토스해주곤 했다. 서로를 돋보이게 해주도록 연기를 했더니 신이 더 잘나왔다. 전인화 선배님은 전작에서 어머니로 만나 아직도 ‘어머니’라 부른다. ‘전설의 마녀’ 때 힘들었는데 엄청 챙겨주시고 눈 마주치며 연기해주셨다. 이런 인연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특히 전인화 선배님을 보면서 ‘저런 선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주세훈이란 캐릭터로 진폭이 큰 연기를 펼쳤고, ‘내 딸 금사월’을 통해 주연이란 왕관의 무게도 실감했다. 연기의 소중함과 치열함도 다시금 깨닫게 됐다. 드라마를 통해 맺은 인연의 소중함도 잘 알았고, ‘좋은 선후배’ ‘좋은 동료’가 돼야 한다는 결심도 섰다. 여러 모로 배우로서의 성장을 거뒀다. 그런 도상우에게 ‘미래’를 물었다.
“연기자는 도전을 많이 하고, 부딪혀야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섭고, 스트레스 받고, 막막한 건 늘 그럴 것 같지만 그런 걸 이겨내고 계속 부딪혀나갈 거다. 늘 어떤 것에 부딪혔을 때 ‘난 엄청나게 부족한 사람이구나’ ‘더 연구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런 자세로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 저도 제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변하되고, 뭐든지 흡수해서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