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31일 현재 종로 보신각 인근. 범인을 잡으려 잠복 중이던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는 스쳐 지나가는 소은(임수정)을 바라본다. 한눈을 팔던 사이 범인은 도망치고, 건우는 그를 쫓다 칼에 찔린다.
1982년 같은 시각과 장소에서 반지를 끼워주며 프러포즈를 하던 교사 지환(조정석)은 연인 윤정(임수정)의 가방을 털고 도망가던 남자를 쫓다 칼에 찔린다.
병실에서 생사를 오간 형사와 교사는 서로의 눈으로 각각 과거와 현재를 바라본다. 꿈을 통해서다. 현재와 과거가 이어지고, 과거의 여자는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두 명의 남자는 이 여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 '시간이탈자'는 초반부터 스피디한 연출로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시간만 다를 뿐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일을 겪게 되고, 시간을 이탈한 듯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뒤섞인다. 일종의 복선들이 깔린다.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의 곽재용 감독은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를 후반부까지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장기인 멜로와 그 속에 가미된 유머 코드를 스릴러 장르에 덧씌우는 건 성공한 듯 보인다. 나름대로 감각적으로 스크린에 담겼기 때문이다.
영화는 멜로와 스릴러의 경계를 오가며 매력적으로 관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하지만 '시간이탈자'는 사건의 원인을 파헤치는 이야기 전개이기에 스릴러적인 요소가 더 강조돼야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 스릴러적인 요소는 단점을 드러낸다. 범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차곡차곡 긴장감 가득한 감정을 이어오는데, 후반부 무너진다.
그런데 정작 범인이 등장하고 나서는 애써 쌓아놓은 견고한 장벽이 허물어진 듯한 느낌이다. 모래성처럼 허술하다. 실소를 터트리는 이도 있을 것 같다. 범인과의 대결 설정이 과한 탓이다.
'시그널'과 비교해 본다면 실망감이 가득할지도 모르겠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바뀐다는 건 그리 이상하지 않다. 과거와 현재의 배경이 바뀌는 장면 등에도 공을 들였을 텐데, 이미 '시그널'을 통해 경험한 것들이 '시간이
스릴러의 외피를 덧씌운 것 같은 영화는 남자주인공와 여자주인공의 로맨스는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다. 결말 역시 곽 감독의 장기가 녹아있는 듯한 장면이다. 물론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다. 장점으로 보자면 장점이고, 단점으로 보자면 단점이다.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13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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