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헤드윅=조승우’라는 수식은 그냥 만들어 진 것은 아니였다.
배우 조승우가 뮤지컬 ‘헤드윅’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005년 초연 돼 명맥을 쌓고 있는 ‘헤드윅’은 결코 쉽지 않은 무대다. 넘버 뿐 아니라, 대사라는 것을 못 느끼게 하는 이야기에는, 보통 배우들은 소화할 수 없는 여유와 능청이 동반된다.
동독과 서독이라는,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경계, 좁은 방에서 등을 맞대고 엄마와 누운 얘기부터 아담과 이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까지. 그리고 엄마가 전해준 등이 붙은 해의 아이들, 땅의 아이들, 달의 아이들이 떼어져, 서로를 찾아다니는 얘기 역시 쉽지 않다.
주제 자체도 어렵고, 공감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조승우가 털어놓는 이야기를 듣노라하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고 유쾌하다. 안타까움과 동시에 공감까지 이끌어 내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속이 뻥 뚫리는 욕설부터, 배꼽을 잡는 동작까지 거침이 없다. ‘저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능청맞고 또 섹시하다.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면서 넘버로 감성을 적신다. 조승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퇴폐미와 자연스러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이같은 무대가 오는 24일 막을 내리는 가운데 조승의 차기작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화두다.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차기작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개막을 앞둔 몇몇 공연에 조승우라는 이름이 올라오길 바란다는 점이 타 배우와는 다른 점이다.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베르테르’ ‘헤드윅’ 등 쉽지 않은 작품임에도, 조승우는 ‘작품=배우’라는 뗄 수 없는, 그 어려운 공식을 만들어 냈다. ‘그 작품을 보려면 그 배우 공연은 꼭 봐야해’라는 부제를 만들어낸 셈.
배우가 오래 무대에 섰다고 무조건 잘한다, 잘 맞는다고 할 수 없는 노릇. 하지만 조승우는 그때그때에 맞추고 변신을 꾀한다. 같은 작품이라고, 같은 역할이라고 같지 않다. 같은 대사라도 상황과 그날 분위기에 맞춘다. 같은 요리라도 재료에 따라 다른 법이고 또, 그 재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천차만별인 것인데, 조승우의 공연이 그렇다. 관객들이 조승우의 공연에 재빠르게 티켓팅을 하고, 회전문을 도는 데는 이유가 있다.
때문에 차기작도 궁금할 수밖에 없다. 또 어떤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로 무대에 오를까라는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다. 기존에 봤던 인물과 다른 캐릭터로 작품을 다시 만들어낼 조승우의 차기작. 스크린이든 무대든 관객들이 기다리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