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스크린법정] ‘검사외전’ 이성민의 악행…살인행위에 해당할까

영화를 보다 보면 황당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스크린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현실에서는 가능한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인지 ‘스크린법정’에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편집자주>

[MBN스타 손진아 기자]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건일지

영화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가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범죄오락영화다.

권력과 야심으로 뭉친 25년 베테랑 검사 우종길(이성민 분)은 변재욱(황정민 분)과 한치원(강동원 분)의 감옥 안과 밖, 팀플레이를 펼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더 큰 성공을 위해 후배 검사 변재욱을 짓밟고 음모를 꾸미는 비열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변재욱은 철새 도래지 개발반대 시위 중 경찰을 숨지게 한 이진석(박종환 분)을 심문하던 과정에서 구타했고, 다음 날 이진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결국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 사건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이진석을 숨지게 만든 건 변재욱이 아닌 우종길인 것. 그는 천식을 앓고 있는 이진석에게서 호흡기를 뺏었고, 이를 한강에 던져 증거를 없앤다.

이때 호흡기를 뺏어 호흡 곤란으로 이진석을 숨지게 만든 우종길은 어떤 죄를 물을 수 있으며, 변재욱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던 사실까지 더해 어떤 선고를 받을 수 있을까.

◇ ‘솔로몬’ 김도경 변호사의 선택은?

대법원은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따라서, 사안에서 우종길이 이진석의 호흡기를 제거한 행위는 살인죄에 있어서 살해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며, 위 우종길에게는 살인의 고의 또한 인정할 수 있으므로 형법 제250조 제1항에 따라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한, 우종길이 변재욱에게 누명을 씌운 행위는 그 죄질이 매우 나쁘므로 양형상 가중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진범이 잡힐 경우, 누명을 쓴 채 구속된 재소자에 대해서는 구속취소결정이 내려지므로 절차에 따라 석방되며, 이후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청구 등을 할 수 있다. 사안의 경우 이진석에 대한 살인죄의 진범이 우종길로 밝혀질 경우, 누명을 쓴 변재욱에 대해서는 구속취소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변재욱이 검사로서 피의자인 이진석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가한 것은 사실인바, 위 변재욱의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의 2 제1항, 형법 제125조에서 규정한 독직폭행죄에 해당하여 동 규정에 의해 처벌받게 됩니다. 동 규정에 의하면 형법 제125조에 규정된 죄(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한 때)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법정형이 비교적 높은바, 변재욱의 행위는 비록 살인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독직폭행죄에 해당하여 동죄가 유죄로 선고될 경우 구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한편, 우종길이 이진석의 호흡기를 제거한 후 이를 한강에 던져 증거를 은닉한 행위와 관련해서는, 형법 제155조 제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여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는 본죄의 객체가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안에서 우종길의 위 행위는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한 것으로서 위 우종길은 증거은닉죄로는 처벌받지 않는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