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이 사기꾼 역할을 맡아 중학교 수준의 영어를 과한 동작과 함께 사용하고, 민망할 정도의 '막춤'을 선보이며, 여자들을 (영화 표현대로) '후리고' 다니는 인물로 나온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망가진 모습이다. 제대로 망가졌다. 팬들은 강동원의 새로운 모습에 매력적이라거나 멋지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살인 누명을 쓰고 갇힌 검사(황정민)가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내용의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에서 강동원의 모습이다.
강동원은 역할 소화를 잘했다는 이야기는 좋아했지만, '제대로 망가졌다'는 말을 좋아하진 않았다. 그는 "망가진 캐릭터를 표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 모습을 보고 멋지다고 보면 그만큼 역할을 잘해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잘하지 못했다면 멋지다고는 안 했을 것 같다. 다른 영화에서 맡은 역할 역시 마찬가지"라고 몰입했다.
"너무 튀지 않게 톤을 맞췄죠. 그렇다고 또 톤을 너무 줄여 버리면 제 캐릭터만의 특별함도 없으니 고민을 많이 해야 했어요. 여러 버전으로 준비하고 조정했죠. 사실 톤만 살짝 바꾸면 제가 치밀한 캐릭터로 보일 수 있는데 그렇게 보이는 건 원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면 얄미울 것 같았거든요. 허술한 면이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거짓말쟁이, 여기에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했죠."
본인 의견도 가미했다. 황정민과 작전을 세우면서 주요하게 필요했던 '미남계' 장면 등이 그렇다. 물론 본인의 과거 경험은 아니다. "'상대를 꼬신다'는 설정은 없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았죠. 주변 외국인 친구들을 관찰했는데 괜찮은 여자들이 있으면 느끼하게 계속 쳐다보더라고요. 이거 써먹으면 재미있겠다고 해서 들어가게 된 거죠.(웃음)"
'검사외전'은 강동원의 내재한 코믹 본능이 발휘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원래부터 코미디를 좋아한다. 내 영화 데뷔작도 '그녀를 믿지 마세요'라는 코미디였다"며 "예전에 태어났다면 아마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찰리 채플린 영화를 보면 기막힌 게 엄청 많더라"고 강조했다.
강동원은 최근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해 화제가 됐다. 데뷔 때부터 해외시장에 관심 많았던 그의 꿈을 실현하기에 YG엔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가장 마음에 맞는 것 같아서 함께하기로 했죠. 예전부터 해외 관심 많다고 얘기는 했는데 준비를 하지 않았어요. 5년 전에 영어만큼은 좀 하자고 목표를 잡았죠. 일본어와 중국어도 공부하려고 했는데 영어 공부가 해도 끝이 없더라고요.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진도가 안 나가네요.(웃음)"
"체력은 좋은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축구부도 하고 운동을 많이 했는데 그 체력이 지금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전 '쉰다'라는 개념이 별로 없었어요. 1년에 두 편씩은 꼭 찍었죠. 예전에 노출이 없었을 때 사람들이 '강동원은 노는 사람인가?'라고 인식하다가 이제는 '강동원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구나'로 바뀌었어요. 이제 알아주니 마음이 편해요."
아쉬웠던 과거 이야기도 덧붙였다. "'전우치' 찍을 때 하루에도 목숨을 두 번씩 걸면서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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