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대중문화부] 트로트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목적에 충실해야 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음악성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트로트의 고급화를 바라는 시각도 상존한다. 이 두 개의 시각은 분명 딜레마다. 흥에 충실한 음악을 선보이면 빠르게 귀를 사로잡지만 그만큼 빠르게 사라지기 쉽고, 음악성에 힘을 실으면 명곡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반응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한다.
대부분의 가수와 제작자들이 딜레마 속에서 흥에 충실한 전자를 선택하지만 인터뷰의 주인공 하동진은 후자의 길을 선택하고 뚝심으로 트로트신을 견인해 왔다. 하동진이 음악 본연의 가치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 사진=트로트코리아 |
하동진 (이하 ‘하’) : 가요계 데뷔는 1988년에 했고, 그 전에 10년 넘게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해왔으니까 오래 됐죠.
Q 언더그라운드라면 밤무대를 말씀하시는 거죠?
하 : 밤무대 많이 할 때는 12군데 업소까지 해봤으니까 그게 생활이었어요. 당시엔 모델 관계되신 분들이 가수도 많이 하고 영화도 많이 하셨거든요. 저 같은 경우도 모델을 하다가 퀘스천스라는 나이트클럽 그룹사운드 하던 형님이 노래를 좀 해달라고 해서 하게 됐는데, 결국 그 계기로 혼자 솔로 가수가 되어서 전국을 다니게 된 거죠.
Q 벌이는 어땠나요? 일에 비해서 비합리적으로 돈을 주기도 했잖아요?
하 : 톱스타가 회당 150만 원 받던 시절이었는데, 저는 30만 원 정도 받았어요.
Q 데뷔 전인데 많이 받았네요?
하 : 당시에는 ‘하동진이를 잡아라’라고 얘기가 돌 정도로 팬들이 많았어요. 대한민국 최고의 클럽과 호텔 나이트 위주로 하면서도 12군데를 했으니까 돈도 여유 있고, 인기도 있고 방송을 생각할 겨를도 이유도 없었어요.
Q 그러면 어떤 계기로 방송 무대에 데뷔하게 되나요?
하 : 당시 퀘스천스 매니저 분은 저의 가치를 더 높게 보셨던 것 같아요. 성공할 수 있으니까 방송에 데뷔를 하라고 업소만 다니지 말라고 밀어 주셨죠. 그 때가 1988년 즈음인데, 막상 가요계 데뷔를 하니까 반응이 전혀 없더라고요. 업소에서 받던 사랑을 못 받아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Q ‘인연’이라는 곡이 히트하면서 스타로 우뚝 서게 되잖아요?
하 : 무명으로 지내던 때 설운도 씨를 만났어요. 20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새벽에 자기 집으로 날 불러서 좋은 노래 있다고 들어 보라고 해요. 들어봤더니 굉장히 좋은 거예요. 그 노래가 ‘인연’이에요. 제목처럼 설운도씨와 인연이 만들어졌고, 이어지는 ‘사랑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까지 설운도씨의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됩니다.
Q 지금 들어도 굉장히 세련된 곡들이에요?
하 : 컴퓨터로 빠르게 만들어지는 곡들과는 다른 곡이죠. ‘인연’의 앞부분에 들어가는 라틴 스타일은 제가 원하는 멕시코 스타일 솔로 맛을 내는 사람이 없어서 네 번이나 녹음을 했고요. 원래 만들어진 곡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해서 정성에 정성을 담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지고 나오니까 노래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Q그 곡이 사랑 받을 시대가 아니었군요?
하 : 그래도 이제는 확인이 된 거죠. 좋은 곡을 좋게 만들어 놓으면 10년이 지나도 새로운 느낌으로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랑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는 요즘 들어서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거든요. 설운도씨가 ‘나만의 여인’으로 먼저 불렀던 노래를 제가 140인조 오케스트라 곡으로 완전히 다르게 편곡해서 발표했었는데요. 그렇게 정성을 다해서 만들었더니 처음에는 다들 인기 얻기 힘들다고 했지만 결국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Q 순간의 히트보다는 만들고 싶은 음악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신 거죠?
하 : 음악은 한 번 만들면 평생 남는 거잖아요. 저는 음악이 3분의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이 음악에 울고 웃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강한 메시지도 전해지거든요. 그래서 한 번 만들 때 제대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강합니다. 누구보다 음악에 대한 욕심은 많다고 생각해요. 서민 음악을 너무 고급스럽게 만들면 반응이 늦게 오고 히트가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일단 곡은 잘 만들자는 게 소신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 받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듣고 곡의 정성에 감동할 수도 있잖아요.
Q 요즘 곡들도 ‘인연’이나 ‘사랑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처럼 만드시나요?
하 : 이번에 발표한 ‘즐기며 살자’는 트로트의 정서를 좀 더 담아보려고 노력했어요. 저의 원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완전 뽕짝 음악으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정서, 우리의 혼이 담긴 감성을 담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스탠다드 성향의 세미 트로트라고 할 수 있어요.
Q 그룹사운드에서 음악을 시작한 것도 영향이 있겠죠? 서양 음악의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부분은?
하 : 그렇죠. 편곡도 그렇고요.
Q 오랜 시간 가요계의 변화를 지켜보신 선배 입장에서 지금의 트로트씬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하 : 장윤정, 박현빈, 박상철 같은 후배들 덕분에 신인들이 많아졌어요. 트로트계가 젊어진 거죠. 그런데 이 신인 친구들이 설 방송 무대가 없어요. 지상파, 종편 모두 트로트 가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거의 없어요. 일본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20%를 엔카로 채우는 게 의무라고 들었어
[제휴사 : 트로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