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퇴사 후 ‘방송인’의 꿈을 찾아 떠나는 아나운서들의 행보, 즉 아나운서들의 ‘프리붐’이 또 다시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SBS에서 10년 동안 몸담으며 대표 ‘아나테이너’로 활약해왔던 아나운서 김일중은 사표를 제출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비슷한 시기에 경력 15년의 MBC 아나운서 김경화가 ‘프리 선언’을 했다. 김일중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김경화는 방송인과 교육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처럼 최근 각 방송사에서 아나운서 퇴사 바람이 불고 있다. 김일중, 김경화 이외에도 MBC 김주하, 박혜진, 최현정, 박소현, 방현주, KBS 황수경, 오정연 등이 올해 회사를 떠났다. 타 방송사의 앵커로 다시 입사한 김주하 이외에는 모두 프리를 선언해 그야말로 ‘프리 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광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KBS 32기 공채 아나운서들은 모두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2008년 가장 먼저 퇴사를 한 배우 겸 방송인 최송현은 한 방송에서 “KBS에서 우리 동기들이 거의 ‘호적을 판’ 기수로 통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최송현을 비롯해 2012년에 전현무가, 2014년 이지애가 퇴사를 했고, 오정연은 올해 초 퇴사를 했다.
아나운서 퇴사가 유난히 많았던 때에는 2006~2008년과 2012년~2013년이다. 2006년에는 손석희, 강수정, 김병찬이 퇴사를 했고, 2007년에는 김성주, 신영일이 퇴사를 했다. 2008년도에 박지윤이 방송인으로 전향했다. 이후 2012년에는 전현무, 김경란, 문지애, 최일구 등이 회사를 떠났다.
MBC는 특히 2012년 파업이 분수령이 됐다. 오상진, 문지애, 최윤영, 서현진 등과 더불어 올해 퇴사한 방현주, 김경화, 박소현, 최현정 등 10명의 아나운서들이 퇴사를 했다. 이에 지난 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두고 “파업 이후 아나운서들을 비제작부서로 발령 내는 등 방송에서 소외시킨 것은 전례 없이 ‘MBC의 얼굴’들이 무더기로 MBC를 떠나도록 경영진이 등을 떠민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나운서 ‘프리 붐’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김성주, 박지윤, 오상진, 전현무 등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의 활약이 자극제가 됐다는 의견들이 많다. 실제로 김일중이 전현무와 오상진의 활약에 용기를 얻었다고 했고, 오정연은 동기들의 퇴사에 ‘외로웠다’고 에둘러 이를 표현했다.
여기에 예전에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의 예능 출연에 불편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아나테이너’들의 활동으로 아나운서들에 친근한 이미지가 덧붙여졌다는 것도 ‘프리 선언’에 많은 힘을 싣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한 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이 제약으로 작용해 퇴사를 결심하는 사례도 많다. MBC에서 퇴사한 김주하는 이직 후 기자간담회에서 “MBC 파업 사태 당시 많은 후배들이 관련 보직에서 밀려나 사표를 던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그들을 이해한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인 최송현은 한 방송에서 아나운서 재직 당시 ‘품위’ 강요와 같은 지나치게 엄격한 분위기였음을 언급하며 “방송을 하며 자꾸 위축이 되고 에너지가 방송이 아닌 그런 곳에서 소진되고 있다고 느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 때문에 아나운서들의 ‘프리 선언’은 2015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과연 자유를 택한 아나운서들이 방송인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