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매일 매일 잘릴까 벌벌 떨어요. 프로그램 출연할 때 계약서를 쓰지 않으니 내일이라도 당장 제작진에게 전화가 안 오면 하차인 셈이죠.”
3년차 방송리포터 A씨는 직업적인 고충을 두고 ‘각개전투’라 표현했다. 의상, 메이크업부터 프로그램 출연까지 모두 혼자서 책임지며 경쟁을 치러야하니 소속감에 대한 아쉬움을 늘 갖게 된다는 것. 또한 일하는 환경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탓에 하루아침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리포터에 관한 궁금한 얘기들을 전현직 리포터 3인에게 익명으로 물었다. 소속감 없는 외로움부터 20대 여자 리포터들의 짧은 수명, 신경전 등 다양한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먼저 불만을 표한 건 리포터라는 직업의 위상이었다. 방송인과 아나운서 사이, 혹은 스타 사이에서 대체 인력으로 시작된 탓인지 아직은 직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다는 설명이었다. 종사자들의 자부심만큼 사회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아직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디자인=이주영 |
전직 리포터 B씨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경력을 쌓겠다고 리포터에 뛰어든다. 그러다 아나운서가 되지 못하면 케이블, 지상파 등 리포터로 빠지기도 하는데, 이 때문인지 리포터가 전문직종이란 인식이 크지 않은 편”이라며 “특화된 양성 학원도 딱히 있지 않고, 아나운서 학원 내 코스나 방송학원 내 과목으로 있을 뿐”이라고 귀띔했다.
탄탄하지 않은 업무 환경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었다. 또 다른 방송리포터 C씨는 “리포터 대부분이 방송사 혹은 외주제작사와 별도의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한다. PD와 인맥으로, 혹은 제작사와 인연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데 페이 등은 PD 재량껏 책정해 계약서 없이 구두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통보 없이 하차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생계가 걸린 일인데 소속사나 노조가 없으니 제작진의 뜻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능력에 따라 기용되는 탓에 리포터들 사이의 기 싸움도 대단하다. 특히 큰 이슈 현장에 각 방송사에서 내보낸 리포터들끼리는 취재원의 코멘트를 따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순서 없이 달려들어서 서로 소리가 맞물려 아수라장이 된 적도 부지기수였다.
이처럼 늘 치열하게 싸우며 버티는 이들이지만, 일명 ‘낙하산’으로 내려온 아이돌이나 신인들이 슬쩍 자리를 꿰차면 맥이 탁 풀린다고. C씨는 “물론 오래전부터 소속사 트레이닝을 받아온 친구들이라 말을 잘하는 경우도 있지만, 간혹 ‘쌩초보’라는 인상이 강한 사람들도 있다. 이런 친구들은 소속사에서 ‘푸시’가 들어와 다른 리포터를 내쫓고 들어온 경우인데, 이런 걸 보면 프리랜서 리포터들만 서러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소연할 곳 없는 입장이라 적 없는 사회생활의 외로움을 말할 땐 서로 입을 모았다. A씨는 “같은 프로그램 패널들을 가족이라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들 프리랜서다. 그러다보니 외로움과 고뇌, 선택은 내 몫이니까 부담감도 커진다”며 “또 개편 때마다 떨고, 일감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걸 보면 리포터들에겐 특히나 소속감이 필요한 것 같긴 하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B씨 역시 “리포터들은 돌봐주는 회사가 없어서 의상부터 메이크업까지 전부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한다. 현장 취재에서 망가질 수 있어서 의상 협찬도 들어오지 않아 자신의 옷으로 출연하는데 회수가 거듭되면 같은 옷을 입고 나갈 수 없으니 자신의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에서도 고충이 많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