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의 손에 이끌려 경성의 한 기숙학교로 전학 오게 된 주란(박보영 분). 병약한 체질 탓에 성격도 내성적이다.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준 연덕(박소담 분)에게 의지하며 학교에 적응해가고, 건강 또한 서서히 좋아진다. 연덕과의 즐거운 학교생활도 잠시, 주란에게 사라진 친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주란은 홀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주란에게도 사라진 소녀들과 같은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그녀는 큰 혼란에 빠진다. /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MBN스타 여수정 기자] 지난 2014년 1월22일 영화 ‘피끓는 청춘’으로 터프하면서도 불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던, 그러나 불량스럽다기보다는 귀여워 삼촌 팬들을 더 설레게 했던 배우 박보영이 이번엔 제대로 여리 여리한 캐릭터로 남심을 자극하고 있다. 여리 여리한 분위기로 보호본능을 일으켰던 초반과 달리, 갈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어 박보영의 숨은 매력을 찾아보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박보영은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로서 청순과 반전 그 사이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초반과 후반이 180도 다르기 때문에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속 여자캐릭터 중 가장 반전을 안기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한층 깊어진 그의 감정연기 또한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왜 그래…”라고 수줍게 질문하며 기침을 해대는 여성스러운, 병약했던 초반 주란의 모습은 짠하다. 그러나 연덕 덕분에 모든 상황에 적응하며 건강까지 되찾고 웃음까지 짓게 되는 중간 모습 역시 뭉클하며 극 중간 중간의 주란의 섬세한 감정이 여배우만의 무기로 눈길을 끈다. 그 후 예상치 못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습은 당황스럽지만 충무로 이야기꾼 이해영 감독만의 발상이 담겨 신선하고 반갑다. 한 작품에서 분노, 슬픔, 행복, 고통 등 다양한 감정을 겪는 인물은 오랜만이라 연기한 배우나 관객에게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높이뛰기와 수중 촬영 등 촬영 전 준비할 게 많아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 힘들게 촬영했는데 금방 지나갔네 라고 아쉬움도 느꼈다. (웃음) 그러나 촬영 당시의 추억도 떠올렸다. 초반에는 체력이 부족해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체력이 받쳐주니까 연기에 더욱 힘을 싣게 되더라. 수중 촬영도 처음인데 막상 해보니까 정말 어려웠다. 물속에서 숨을 참으며 빛이 보이는 카메라를 보려고 했는데 내가 제대로 보는지도 모르겠고, 산소도 부족하고 힘들었다. 또한 눈물을 흘리는 장면과 감정적으로 표현해야 되는 부분이 많아서 힘들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 ‘경성학교’에 도전한 것이었기에 최선을 다했다. 연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를 느끼는 계기였다. 때문에 다음에 또 이런 감정신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더욱 잘할 자신이 있다.”
“사실 ‘경성학교’를 공포로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다. 그러나 난 공포 장르로서 시나리오를 본 건 아니다. 나 역시 이해영 감독님에게 ‘정확한 장르가 뭐예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라고 하셨다. ‘경성학교’를 공포라기 하기에는 공포 요소가 없다. (웃음) 난 장르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시나리오 자체가 흥미로웠다. 1938년이라는 시대적인 배경도 좋았고 주란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폭도 다양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진취적인 인물이라 좋았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소녀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다. 서로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간식을 싸와서 막 먹고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웃음) 연애 이야기부터 모니터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촬영하는 내내 눈빛이 반짝이더라. 클로즈업이 아니라 뒤에 조그맣게 나와도 열과 성을 다해 연기를 열심히 하더라. 특히 ‘경성학교’ 속 배경과 의상 등이 정말 예뻤다. 그래서 소녀들끼리 매일 매일 사진을 찍었다. 기숙사 안의 침대에서 자고 수다도 떨고 즐거웠다. 경성학교가 폐교였는데 촬영 날 가보니 꽃들도 예쁘게 심어져있고 전에 본 것과 너무 다르더라. 그래서 미술팀이 정말 대단하구나라고 느꼈다. 촬영을 하고 버려질 세트장이 아까워 사진도 많이 찍고 포스터용 사진도 계속 찍자고 제안했다. (웃음)”
박보영은 인터뷰 내내 ‘애교쟁이’ 선배 엄지원 덕분에 촬영장이 매우 즐거웠다고 강조했다. 고된 촬영에 지칠 때쯤 나타나 맏언니이자 연기 선배로서 많은 조언을 해주며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했다고 한다.
“엄지원 선배가 있어서 정말 든든했다. 이해영 감독님이 추상적으로 연기를 지시해줄 때 예를 들어 ‘좀 더 소녀적인 느낌으로 연기해봐라’라고 할 때 우린 소녀적인 느낌에 대해 고민하곤 하는데 엄지원 선배가 다가와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조언도 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 또한 소녀들은 연기 경험이 적기에 나의 설명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때마다 엄지원 선배가 많은 조언을 해줬다. 또한 소녀들은 연기 경험이 적기에 나와 엄지원 선배가 연기할 때 엄청난 리액션으로 반응해준다. 컷 소리가 들리면 우리들의 연기에 감탄하고 환호를 보내는 경우도 있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소녀들에게 내가 연기 선배라 부담감도 있었지만 연기적인 모범은 엄지원 선배가 본보기였기에 모든 책임(?)을 엄지원 선배에게 돌렸다. (웃음) 선배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밝은 얼굴, 웃음을 보고 정말 많은 힘을 얻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1938년이라는 시대에 관심도 있었고 어딘지 모르게 애틋하더라. 또한 ‘경성학교’는 있을 뻔한 이야기인데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계를 뛰어넘었고 소재와 장르가 신선했다. 개봉 예정인 ‘돌연변이’ 역시 내가 안 해본 캐릭터이다. ‘경성학교’와 마찬가지로 시나리오 전체적인 게 마음에 들었다. ‘경성학교’를 본 관객들이 주란의 감정 포인트를 잘 알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 우리 영화는 공포 영화가 아니라 무섭지 않다. 그러나 다들 예고편을 보고 공포인 줄 알더라. (웃음) 귀신도 안 나오는데 말이다. 그렇기에 관객들에게 공포 영화가 아니란 걸 강조해주고 싶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