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연기를 오랫동안 가지고 가고 싶다. 이는 단순히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임형국이 살아온 게 연기에 녹아들기를 바란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검은 갈매기’ ‘나쁜 피’ ‘줄탁동시’ ‘독’ 등 출연한 작품이 다양한 만큼 배우 임형국이 연기한 배역도 가지각색이다. 늘 변신을 꿈꾸는, 그래서 다음이 더욱 기대되는 그가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통해 후배 김새벽과 호흡을 맞췄다. ‘줄탁동시’에 출연한 바 있는 두 사람, 그러나 호흡은 이번작품이 처음이기에 이들의 조화는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1부와 2부로 나눠져 한 작품 속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돋보인다. 흑백화면과 형형색색의 화면의 대조가 보는 재미를 더하고, 선후배사이인지 ‘썸’인지 알수 없는 두 사람의 애매모호한 감정은 보는 이까지 설레게 한다.
↑ 사진=인디스토리 |
“사실 ‘줄탁동시’에 함께 출연했지만 다른 이야기에 출연해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왠지 정유미처럼 될 것 같더라. (웃음) 새벽이는 내게 동생같고, 누나같고, 내 사람 같다. 나이에 비해 날 잘 받아주고 집중해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준다. 배우는 서로에게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인데, 새벽이는 선의의 경쟁자가 아니라 잡념 없이 잘 됐으면 좋겠다. (웃음) 장건재 감독 역시 인성이 좋은 사람이다. 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난 절대 안변할 거야’라고 말하더라. 덕분에 그의 따뜻함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함께 숙박하면서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촬영했는데 영화 이상의 것을 느꼈다. 비록 개봉이 찍은 후 2년 정도 걸렸지만 촬영 당시의 기분도 다시 느끼게 됐다.”
장건재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한여름의 판타지아’에 참여했다는 임형국. 그는 매 작품마다 변신을 거듭한다. ‘줄탁동시’에선 동성애자 역을 맡아 염현준과 열연했고, ‘나쁜 피’에선 친절한 듯 비밀스러운 인물 종구 역을 맡아 마지막 반전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번작품에선 자신의 영화에 열정을 받치고, 감독으로서의 허위의식이 없는 인물로 관객을 만났다.
“장건재 감독의 전작을 보고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흔히 갈 수 없는 일본 나라현 고조 시에서의 촬영이라, 대한민국을 잠시 잊고 외국으로 나가 촬영한다는 게 색달랐다. 장건재 감독이 나를 자신의 작품에 쓰고, 나를 믿어주는 게 정말 좋아 나 역시 그를 믿고 촬영에 임했다.”
↑ 사진=스틸 |
“‘한여름의 판타지아’에는 잘 지워지지 않는 그림이 많더라. 단순히 외국에 나가 촬영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고조 시를 언제 또 가보겠냐. 관객들 역시 고조 시를 언제 보겠냐. (웃음) 사실 모든 공간들이 잊힐 만하면 영화제에 나가고, 포스터가 눈에 들어오더라. 좋은 사람들과 낯선 공간에서 작업하고 어울렸다는 기억만으로도 좋았는데, 개봉 소식까지 들어 즐거운 쪽으로 가슴이 먹먹했다. 고생 끝에 개봉하는 것 같아, 영화가 완전히 마무리 된 것 같아 먹먹했던 것 같다. 때문에 영화에 대해 구구절절 홍보하기보다는 모두가 최선을 다했으니 이 부분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관객들의 가슴에 판타지를 줬으면 좋겠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마친 임형국은 다시금 장건재 감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았지만 “건재는 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준 보기 드문 사람이다. 풀어진 나를 봐주면서 감싸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오래 가겠다 생각했다”고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장건재 감독에 대해 언급했다.
앞으로 정확한 공식이 있는 세련된 영화 또는 장르영화, 느와르 장르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낸 임형국. 이미 많은 작품에 출연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음에도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매번 느낀다고 ‘천상 배우’임을 드러냈다.
“지금 출연하고 싶은 건 장르영화나, 느와르, 정확한 공식이 있는 세련된 영화이다. (웃음)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촬영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일본에 가기 4~5일 정도 전에 캐스팅됐다. 현장을 적응하기 위해 먼저 갔지만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최대한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려 했다. 거기에 배우의 창의적인 부분과 스스로의 감성을 느끼는 것도 필요했다. 30살엔 20살 때의 기억이 나지만, 나이가 들면 20대 때의 생각과 감성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아이 노우’(I know)가 아니라 ‘아이 언더스탠드’(I Understand)더라. 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의 사명감이라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배우로서의 생활이 그리 행복하진 않다. 그러나 사명감을 가지고, 내가 생각하는 연기를 가지고 가고 싶다. 연기를 잘 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임형국이 살아온 게 연기에 녹아들기를 바란다.”
↑ 사진=포스터 |
“관객들의 기호 차이는 있어도 그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할 만한 색감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갈퀴 같은 것인데, 영화 속 상황과 비슷한 정서 또는 경험이 있는 관객에겐 이 갈퀴가 걸려 끝없이 빨려갈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주인공이 돼 관객들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내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몇 마디로서 작품을 정의할 수도, 홍보할 수도 없다. 홍보를 위한 인사치레가 아니라 작품에 참여한 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전해지길 바라며, 이 자체로도 아름다우니까 아름다운 결과물을 이뤄냈으면 한다. (웃음)”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