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잊을 만하면 또 튀어나오는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사태,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케이블방송 MBC드라마넷 ‘태양의 도시’ 출연진 대부분에게 정당한 임금이 주어지지 않아 구설에 오른 것. 조·단역 배우뿐만 아니라 주요 배역의 출연료까지 지급하지 못해 작은 드라마 제작사들의 문제점이 또 한 번 노출됐다.
한국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1년 외주제작 정책이 도입된 이후 부실한 외주제작사들의 부도덕한 관행 때문에 이런 사태는 더욱 빈번해졌다.
지상파3사 드라마만 하더라도 미지급 출연료 피해 금액은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기준 방송사별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현황을 살펴보면 그 총액이 26억여 원에 이른다.
↑ 사진=MBN스타 DB |
KBS2는 ‘공주가 돌아왔다(2009·단디 미디어)’와 ‘국가가 부른다(2010·JH 프로덕션)’를 합해서 약 2억5000만원, ‘도망자(2010·도망자 에스원)’ 약 4억5000만원, ‘프레지던트(2011·필름이지)’ 약 5억5000만원, ‘정글피쉬2(2010·스카이룩)’ 3400만원, ‘감격시대(2014·레이엔모)’ 약 1억3000만원 등이 미납된 상태다.
SBS도 ‘더뮤지컬(2011·필름북)’ 약 2억8000만원, ‘신의(2012·신의 문화산업전문회사)’ 약 6억4000만원, SBS플러스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약 2억9000만원 등 세 편에서 미지급액이 총 12억1000만원에 달한다. MBC 역시 ‘아들녀석들(2013·투비엔터프라이즈) 약 3억원이 미지급됐고, ’불의 여신 정이‘ ’7급 공무원‘ 등이 방송사와 출연진의 속을 썩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는 몇 차례에 걸쳐 제작사와 방송사에 강력한 항의를 해왔다. 지난 2010년 9월 드라마 촬영 무기한 거부를 결정해 한동안 드라마 제작에 차질을 빚었고, 2012년에는 KBS가 2010년 지급보증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KBS 제작물에 대한 촬영 거부를 선언했다. 이듬해에는 ‘아들녀석들’ 사태와 관련해 “외주제작사 작품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어필했다.
↑ 사진=MBN 방송 캡처 |
그러나 이들의 몸부림은 한시적인 효과를 보였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부실한 신생 외주제작사들의 작품들이 편성됐고, 문제가 발생하면 방송사는 “이미 제작비를 지불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일쑤였다.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끊을 수 없는 악순환처럼 보였다.
↑ 사진=KBS, SBS 제공 |
이에 대해 법원이 지난1월 26일 방송사의 책임에 무게를 더하는 판결을 내려 눈길을 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민중기 수석부장 판사)는 “방송연기자는 방송사의 지휘 감독을 받는 사용종속관계에 놓여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즉 연기자는 방송사 근로자임으로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 대해서도 방송사에 직접 교섭할 수 있는 셈이다. 더불어 제작사의 탓으로만 내몰며 한발자국 물러나있던 방송사에 해결에 대한 책임을 지어준 것이다.
이번 판결이 외주제작사들의 난립으로 끊임없이 벌어질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