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회 만에 ‘학교’라는 이름 뒤에 숨은 모든 비위들이 드러났다. 힘 있는 가해자가 더욱 떵떵거리고, 힘없는 피해자가 더 큰 피해를 보는 세태. 법 앞에 평등하지 못한 약육강식의 세계. 결국 ‘슈퍼맘’이 나설 수밖에 없는 판타지.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단순한 학교폭력 이면에는 거대권력의 그림자가 숨어있었다. ‘슈퍼맘’이라해도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어 보인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교육부장관과 교육재단 간의 야합, 재단의 비밀문서와 직책을 둘러싼 이전투구, 선생과 학생의 원조교제, 청부살인까지.
‘조강자(김희선)’라는 이름부터 역설적이다. 그는 또 한 명의 약자일 뿐이다. 어떻게 학교에 맞설 것인가. 드라마가 선택한 것은 욕을 쏟아내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일삼으며 ‘고독한 영웅 여고생’으로 변신하는 김희선의 모습이다. 그의 이름 ‘조방울’처럼 김희선이 등장하는 모든 곳에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소리가 남고 있다.
세상의 그 어떤 어머니인들 자기 자식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면 분노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모든 어머니가 ‘여고생 조방울’ 혹은 ‘조강자’처럼 영웅이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된다한들 잠깐 관심을 끌고 그친다. 우리 주위에 또 다른 조강자가 있지는 않을까.
혼자 발악하는 ‘미친 조강자’를 만들지 않길 바라는 것이 ‘앵그리맘’이 던지고 싶은 진짜 메시지일 것이다.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주위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학교폭력과 그 뒤에 숨은 불의들은 통쾌한 드라마 한 편으로 해결될 일은 분명 아니다. ‘남 일’이 아닌 ‘내 일’처럼 생각하고 이를 저력삼아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들인 것이다.
이제부터는 조강자와 아란(김유정)이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 나간다. 이들 주위에 어떤 조력자들이 숨어있을지 관심이 끌린다.
김희선도 이 점을 강조했다. “드라마를 통해 학교폭력이 근절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고, 학교폭력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주위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