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는 단순하게 다중인격을 지닌 남자와 여자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학대를 당한 이들의 아픔이 있었고,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살고 있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힐링’ 또한 존재했다.
황정음의 물오른 코믹연기와 지성과의 뛰어난 케미로 초반 안방극장에 웃음을 던져주었던 ‘킬미, 힐미’는 아픈 상처를 가진 이들의 회복과정을 그려내며 ‘로맨틱코미디’ 그 이상의 울림을 전해준 것이다. 무엇보다 ‘킬미, 힐미’는 단순히 이 같은 울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까지 이어졌다. ‘킬미, 힐미’를 보고 깊은 감동을 느낀 드라마 팬들이 자발적으로 소액 모금운동에 참여하며 아동학대피해자 지원 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한 것이다.
‘킬미 힐미’는 7인의 인격을 지닌 재벌 3세 차도현(지성 분)과 그의 비밀주치의 오리진(황정음 분)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초반 차도현과 오리진의 로맨스로 안방극장을 설레게 했던 ‘킬미, 힐미’는 중반부로 갈수록 이들이 잃어버린 속 과거의 비밀들을 암시하며 몰입도를 높였고, 이후 차도현의 인격이 조각난 이유가 바로 어린 시절 오리진의 아동학대 피해로 인한 것으로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차도현의 아버지 차준표(안내상 분)에게 직접적인 학대를 당한 오리진 뿐 아니라, 이를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차도현 역시 아동학대 피해자였던 것이다.
이 같은 팬들의 모금운동은 차도현이 오리진에게 “당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사랑받아 마땅할 만큼 눈부시게 빛나고, 미치도록 사랑스런 사람”이라며 오열하는 장면이 방영된 뒤 본격화 됐다.
드라마를 보며 감동을 느낀 동시에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과 느낀 팬들은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시작했고, 이중 일부인 2015만1710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이 기부액은 드라마가 처음 시작된 2015년 1월 7일 오후 10시를 기념한 것이다. 팬들은 10일까지 모금을 진행했으며, 이 같은 모금액은 아동학대피해자 지원 단체에 기부된다. 기부금을 전달한 팬은 “드라마를 보며 큰 위로를 받았다. 세상의 모든 도현, 리진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어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드라마 팬들의 추진력 있는 모금 운동에 깊이 감명 받았다”면서 “기부자들의 의견에 따라 모금액은 학대 피해 아동의 심리치료와 경제적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킬미, 힐미’의 따뜻한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살지원자 캐릭터인 안요섭을 통해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 대한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이다. 25일 방송된 ‘킬미, 힐미’에서 옥상 위에 올라선 차도현을 안요섭으로 오해한 오리진을 그를 만류한 뒤 “죽고 싶다면 죽으라. 그런데 내일 죽어라. 내일도 똑같이 힘들면 그 다음날 죽어라. 그 다음날 죽어도 안 늦는다. 그렇게 살아보면 좋은 날이 온다. 그 때 안 죽길 잘했구나 싶은 날이 온다고”라며 오열했다.
이 같은 오리진의 위로와 충고는 쉽게 죽음을 생각하는 진수완 작가의 묵직한 위로의 메시지와도 같았다.
이 같은 진수완 작가의 위로는 마지막회에서도 이어졌다. 진수완 작가는 차도현의 내레이션을 빌어 “누구나 마음속에는 어두운 지하실이 있다. 외면하고 방관하면 그 어둠이 짙어진다. 용기를 내 내려가야 한다.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된다. 당신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다”라며 마지막까지 안방극장을 위로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속 상처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존중받고 치유 받아야 하며, 이렇게 치료하다보면 언젠가 웃을 날이 온다는 것이다.
한편 ‘킬미, 힐미’의 후속으로 배우 김희선, 김유정, 지현우 등이 출연하는 ‘앵그리맘’이 방송된다. 오는 18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