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유승준은 정말 은근슬쩍 국내 컴백을 하려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다.
유승준의 출연으로 논란을 일으킨 영화 ‘드래곤 블레이드’는 2000년 전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평화 유지를 위해 그 곳을 지키는 부대의 총사령관 후오안(성룡 분)과 로마 루시우스 장군(존 쿠삭 분)의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이 출연한다고 홍보가 됐다.
하지만 지난 4일 언론시사를 통해 유승준이 출연 사실이 드러났다. 유승준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주인공인 후오안의 수많은 부하들 중 오른팔 같은 인물을 맡아 사실상 영화 전반부에 줄곧 등장한다.
↑ 사진=유승준(왼·CJ E&M 제공), 영화 ‘드래곤 블레이드’ 포스터 |
유승준이 출연하는 것도 일부 국내 누리꾼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지만 누리꾼들이 “한국인들을 기만한 행동”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에는 유승준을 ‘숨긴’ 홍보 방법에 문제를 삼은 것이다. 영화 내 영화소개 정보에는 유승준이 특별히 언급되어 있지 않고, 홍보에도 그의 이름은 빠져있는 상태다.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된 유승준의 출연에 적잖이 놀라면서도 일각에서는 “한국 관객들을 기만한 처사”라는 것이다.
사실상 유승준은 조연 이하의 단역으로 영화에 출연하며, 성룡 뒤에 등장하는 배경 수준이라는 점으로 봤을 때 굳이 홍보에 넣지 않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 어떤 영화라도 그런 단역급 출연자를 홍보 명단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의 이름이 거론됐다면 국내 관객들의 심리를 이용한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는 오명을 살 수도 있을 터다.
유승준은 1997년에 1집 앨범을 들고 데뷔해, 2000년까지 활동하며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당시 그는 청소년 금연 홍보사절, 한국복지재단 청년홍보대사 등을 맡으며 선행 연예인 이미지를 굳혔었다. 여기에 활동 내내 “당당하게 군대에 가겠다”고 공언해 폭 넓은 팬층을 확보했었다. 그러나 2002년 초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병역기피 의혹이 불거진 뒤 해외로 나간 유승준에게 법무부는 입국 제한 조치를 취했고, 이는 13년이 지난 아직도 유효하다.
당시 유승준을 향한 대중들의 배신감은 상상 외로 컸다. 특히 군복무에 민감한 국민 정서를 읽지 못한 유승준은 아직까지도 연예계에서 일종의 금기어가 됐다. 유승준을 옹호하는 연예인은 가차 없이 질타를 받았고, 유승준이 출연한 중국 영화는 개봉 전부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번 영화 역시 일각에서 유승준을 향한 날선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개인에 따라 그를 질타하고 비난할 수 있지만, 그는 이제 타국의 배우 스티브 유일 뿐이다. 우리나라에 개봉하는 외국 영화에 출연했다고 그 영화를 불매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거다. 무엇보다 그는 그저 스쳐가는 단역에 불과한데 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