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 센 언니 하나는 있어야죠. 디바와 베이비복스를 잇고 싶은 유일한 걸그룹이 저희가 아닐까 싶어요. 타이틀 곡 ‘미쳐’라는 제목처럼 모두 포미닛에 한번 미쳐보세요.”
걸그룹 포미닛(남지현, 허가윤, 전지윤, 김현아, 권소현)은 오늘(9일) 정오 미니앨범 6집을 발표한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서울 청담동의 한 클럽에서 타이틀 곡 ‘미쳐’ 무대를 먼저 선보였다. 트랩 힙합 장르에 걸맞은 공연으로 3천여 명의 ‘클러버’들을 매료했다. 이 곡은 강렬한 비트와 포미닛의 파워풀한 랩과 보컬이 조화를 이뤘다.
포미닛은 이전 앨범에서 ‘이름이 뭐예요’ ‘오늘 뭐해’ 등 일상적인 용어를 이용한 제목으로 친숙한 느낌을 줬다. 다시 센 언니 콘셉트로 돌아온 만큼 이들은 “초심을 찾았다”고 말했다.
“데뷔 초에는 무조건 세게, 힘만 잔뜩 들어갔었어요. 이제 힘 조절에 능숙해졌다고 할까요. 성숙한 노련미가 있는 ‘센 느낌’이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편하게 보고 좋아하는지 알게 됐어요. 그동안 친숙하게 접근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서 ‘센 언니’ 이미지로 자리를 잡아보려는 의지가 강해요.”
걸그룹이 ‘예쁘다’라는 것에서 손을 뗀다는 뜻으로 들렸다. 예쁜 미모는 기본, 다양한 매력으로 ‘팬심’을 사로잡는 걸그룹이 많다. 자칫 강렬한 느낌에만 치중해 한 가지 매력을 잃게 되는 건 아닐까. 포미닛은 이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여성 팬들을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자가 진단이다.
“걸그룹이 여성스러운 매력을 갖지 않는다고요? 그런 고민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여성 팬들이 많다 보니 예쁜 외모나 과도한 섹시 콘셉트로 남성 팬들의 관심을 무리하게 끌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에요. 초창기엔 저희도 그런 매력이 무기였지만, 이제 그런 걸그룹이 워낙 많잖아요. ‘걸그룹이 저런 곡도 해?’라는 이야기를 듣과 싶어요. 에너지 넘치는 느낌 같은 거요.”
전지윤은 한 마디를 더했다. “예능에서 화장을 옅게 지우고 충분히 예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굳이 무대에서도 예쁘게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포미닛의 자신감은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곡 ‘1절만 하세요’에 대한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이 노래는 서브타이틀 곡이다. ‘내 갈 길 가겠다’는 여자의 목소리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방송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사를 수정해야 했다. 하지만 음원은 고치지 않았다. 앨범 전체적인 맥락을 훼손하고 싶지 않아서다.
허가윤은 “앨범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발라드 곡을 넣었다. 댄스가 부각되다 보니 포미닛의 가창력을 선보일 기회가 적었는데, 이 곡을 통해 뛰어난 보컬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허가윤은 앨범 제작의 전반적인 부분에 모두 관여했다. 책임감이 컸다. 신경성 대상포진에 걸릴 정도로 힘들었다.
“의상 디자인부터 사진 촬영, 영상 아이디어 등 모든 작업에 참여했어요. 상품 생산과 영업만 빼고요.(웃음) 현아와 소현이는 작사에도 참여했죠. 우리가 원하는 콘셉트를 위해 회의를 많이 했어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요. 앨범에 수록된 우리 사진에 각자 하나씩 문구를 넣었어요. 그 자체도 우리 아이디어였죠. 그래서 책임감이 커요. 반응이 두렵기도 하고요.”(가윤)
재킷 사진 속 포미닛은 각자 이름이 새겨진 버킷햇(양동이 모양과 비슷한 망원경형 모자의 일종)을 쓰고 있다. ‘힙합’이라면 보통 ‘스냅백(챙이 일자형으로 된 똑딱이로 둘레 조절을 하는 모자)’을 떠올린다. 그래서 처음엔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어색하다는 평가였다. 허가윤은 속상했다. 하지만 완성본이 나오자 팬들의 반응이 뒤집혔다.
“누군지 못 알아보게 눈을 가렸어요. 그리고 모자에 이름을 새겼죠. 각자의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될 거라고 봤거든요. 전문가들도 인정했어요. 팬들이 처음엔 회사에서 주도한 작업인지 알고 욕을 했다더라고요. 제가 했단 걸 알고 칭찬으로 분위기가 반전됐죠.(웃음) 아무튼 10년 뒤에 봐도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과 싶었어요.”
포미닛은 검은색에 전체적인 콘셉트를 맞췄다. 몸매 라인이 돋보이면서도 야하지 않다. ‘오늘 뭐해’ 때의 선정성 논란을 의식한 탓일까. 그러면서 눈을 가렸음에도 무채색 같은 느낌이 강렬하게 풍겨 나온다.
허가윤은 선정성 논란을 인정했다. 그는 “이번엔 치마를 입은 멤버가 없다. 주위에서 예쁜 척 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메이크업도 강렬해 보일 수 있도록 골랐다. 표정 자체도 하나의 표현 장치가 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허가윤은 이처럼 온 신경을 앨범 구성에 쏟았다. 예민해진 탓에 안무 연습 중 가장 빨리 지치는 사람이 됐다. 더욱 힘들었던 이유는, 세계적인 안무가 ‘패리스 괴벨(Parris Goebel)’이 참여해 열정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무대 연출 또한 ‘원 테이크’ 기법으로 구성돼 더 높은 집중력을 요구했다.
“정규앨범에 늘 욕심은 있죠. 실제로 곡도 되게 많고요. 그런데 추려내다 보면 곡이 얼마 안 남아요. 사실 미니앨범이 가격도 더 저렴하고요. 하하. 곡수에 상관없이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또 타이틀 곡만 듣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이런 부분들에 상관없이, 이번 앨범에 대한 자부심은 매우 커요. 각자 공을 들인 부분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타이틀 곡 작사에는 현아가 참여했고, 막내 소현이도 처음으로 작사에 도전했거든요.”
포미닛은 다음 앨범에서는 모든 과정을 멤버들만의 힘으로 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앨범이 잘 돼야 발언권이 강해질 것이란 게 이들의 생각이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도 포미닛의 몫이다.
“1년에 한 번꼴, 매년 4월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