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양띠. 특별히 코디 언니가 양처럼 입혀 줬는데요. 새해에는 양이 오고 말이 갑니다. 줄여서 새 양말. 새 양말 신고 양처럼 펄쩍 뛰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스포츠계 양띠 스타들. 소띠 박광렬 기자가 소개합니다.”
독특한 뉴스 오프닝이다. 발랄하고 재밌다. 말랑말랑한 새해 인사도 전했다. 은근히 자신의 패션도 자랑했다. 뉴스 전달과 유쾌함, 본인 자랑까지 일석삼조다. ‘뉴스’라는 틀 안에서 교묘하게 선을 탄다. 힘이 과하면 떨어지지만 약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줄타기와 같다.
‘팔팔한 뉴스’ 스포츠8을 진행하는 김기혁 MBN 아나운서(31)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그는 매일 독특한 리드문을 직접 작성해 선보인다. 모두 본인의 아이디어다. 유명 드라마를 패러디 하고, 시사 이슈를 유머로 적절히 녹여내기도 한다. 최근 땅콩 회항 사건과 위메프 인턴 채용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기사를 우선 다 읽어야죠. 포인트에서 벗어나지 않게 재구성을 한 다음, 최대한 재밌는 도입부를 작성하는 거죠. 대부분 뉴스는 멘트가 비슷하거든요. 그럴 거면 내가 왜 방송을 할까요? 나만의 뉴스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죠. 사실 칭찬 반 질타 반이예요. 너무 가벼운 거 아니냐는 꾸중이죠. 뉴스는 뉴스다워야 한다는 것? 구두경고도 세 번 먹었어요. 드라마 ‘아내의 유혹’ 있잖아요. 뉴스에 복수 관련 내용이 있었는데, 장서희처럼 점찍고 등장해서 뉴스를 읽었거든요. 유독 튀게 하니까 ‘쟤 자제 좀 시켜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씰룩이는 그의 눈 밑의 점 뺀 자국이 눈에 띄었다. 진짜 자신의 점인데 마치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 했다가 된통 당한 듯 보였다. 덕지덕지 붙은 반창고가 “앞으로 너무 과한 패러디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듯 했다.
참신한 오프닝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최신 시사, 유행하는 개그 코드 등을 항상 흡수해야 한다. 머리가 깨어 있어야 한다. “평소에 공부도 많이 하겠다”고 묻자 “열심히 할 뿐”이라는 의외로(?) 시시한 대답이 돌아왔다.
“매일 새로운 뉴스가 떠요. 해야 할 게 너무 많고 어려운 것도 많아요. 매일매일 하다 보니까 속된 말로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죠. 하아···. 오프닝을 위해 개그 프로그램도 많이 보고, 재미있는 동영상도 찾아보고, 사회적 이슈들을 검색해요. 어떤 날은 한계에 부딪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멘트 한 문장이 절대! 안 떠올라요. 어떤 날은 바로바로 아이디어가 샘솟는데! 날마다 다르죠 뭐.”
“입사 후에 예능 노래를 불렀거든요. 아나운서 준비를 하면서부터 예능 욕심이 있었으니까요. 온갖 녹화현장을 다 찾아다녔어요. ‘왜 왔냐’고 물어보면 ‘그냥 보고 배우려고 왔다’고 말하면서요. 그러다 ‘신세계’와 인연이 닿았죠. 삶의 활력소였어요. 곧 멤버들 모이자고 했어요. 날짜도 잡아놨죠. 사실 40대 중후반 분들이라 나이 차이는 좀 있지만요. 하하. 조형기 선배, 김태훈 칼럼니스트, 조혜련 누나. 빨리 보고 싶네요.”
김 아나운서는 ‘신세계’를 통해 김경란과 인연을 맺었다. 그녀의 남편인 김상민 의원과도 친분이 있다. 김 의원이 브이원정대 자원봉사단 대표로 있을 때, 김 아나운서도 거기서 일했다. 재능기부 차원에서 주로 MC를 봤다.
김 아나운서는 “바빠서 경란누나 결혼식에는 못 갔다”며 “경란누나와 김상민 의원 모두 다 친한데 결혼식 땐 고민 끝에 경란누나에게만 축의금을 냈다. 김 의원님께 미안하다”며 웃었다.
그의 예능 ‘끼’는 지난 2011년 방송된 MBC ‘신입사원’ 때부터 익히 알려졌다.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가 ‘아나운서 오디션’이라는 건 이례적이었다. 많은 참가자들이 이를 기회삼아 도전장을 냈다.
김 아나운서 또한 “공채 시험 분위기는 긴장돼 딱딱하다. ‘신입사원’에 참가한다면 나를 편하게 모두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많은 시청자들이 보니까 떨어지든 붙든 좋은 인상을 남기자고 마음먹었었다”고 출연 계기를 돌이켰다.
하지만 살아남지 못했다. 승리자가 될 거란 생각이 깨지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를 곱씹는 그의 표정이 상기됐다.
“무언가에 도전할 때 실패할 거라 생각하지 않고 임하거든요. 또 그렇게 믿고요. 탈락이 현실로 다가오니까 처음에는 벙벙하더라고요. 진짜 마지막인가? 자책하고 있을 때, 멘토였던 박경추 아나운서가 어깨를 툭툭 쳐주더라고요. 그때 눈물이 왈칵.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었죠. 울고 나니 상당히 부끄러웠지만요.”
김기혁 아나운서는 2012년 하반기 MBN 공채 9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신입사원’ 탈락 후 1년 6개월여의 시간이 있었다. 탈락의 슬픔도 컸지만, ‘백수’로 지내던 시간의 무게가 더 묵직했다. 자칫 다른 입사 시험에서도 ‘신입사원’이라는 꼬리표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을 가능성도 컸다.
“2011년 ‘신입사원’ 후 2012년 11월 입사까지. 저에겐 굉장히 긴 시간이었죠. 함께 출연했던 사람들은 하나씩 길을 찾아가는데 ‘나만 안 된다’라는 생각 있잖아요. 근데 진짜 포기하고 싶을 때 기회가 온다더니, 정말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 찰나에 MBN에 붙었거든요. 물론 ‘신입사원’ 꼬리표는 MBN 입사 시험을 볼 때도 있었죠. 저를 알아본 사람들 사이에서 ‘저 사람 신입사원 나왔던 사람’이라고 수군대더라고요. 1년이 지났는데도 흔적이 남아있다니, 놀랍기도 했죠. 지금은 ‘철저히 MBN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성규 형은 ‘신입사원’ 후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