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요미송’의 주인공 가수 하리가 말했다. “나 요즘 예능 욕심이 많아.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고 싶어. 가면 잘 할 수 있는데.”
하리의 ‘영원한 오빠’ 프로듀서 단디가 보조를 맞췄다. 구수한 부산사투리다. “딱이네 딱. 얘가 툭하면 울 것 같아도 깡다구가 있으요 깡다구가. 무섭게 절대 안 질라하거든요. 하대장이에요 하대장.”
‘귀요미송’으로 이름을 알린 하리에게 “예능에 욕심 없냐”고 물으니 이런 대화가 오갔다. 전 세계적으로 숱한 패러디 영상을 낳으며 인기몰이를 했던 ‘귀요미송’의 주인공이 대장이라니.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에 이유가 있다. 하리는 광고 모델로 발탁돼 데뷔했는데 비화가 재밌다. 초콜릿 광고 모델 오디션을 봤을 때 긴 머리를 잘라야 했지만 용감하게 “자르겠다”고 소리쳤던 것.
하리는 “모델 후보들이 모두 머리가 길었다. 전부 쭈뼛거리고 있을 때 나만 ‘저요’하고 큰 소리로 머리를 자르겠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실제로 머리를 자르진 않았다”며 웃었다.
이 외에도 그는 전화통화에서 목소리를 바꿔주는 상품광고에 목소리 출연하기도 했다. 광고계에서 잔뼈가 굵은 셈이다.
이런 하리의 인생은 프로듀서 단디를 만나면서 바뀌었다. 단디가 작곡한 하리의 ‘귀요미송’은 “1 더하기 1은 귀요미”로 시작하는 후렴구와 깜찍한 율동으로 따라 부르기 쉬워 널리 알려진 곡이다. 유튜브를 통해 패러디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일약 대스타로 발돋움했다. 한류 스타들도 한 번씩은 ‘귀요미송’을 따라해봤을 정도다.
4년간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사이가 됐다. 11월 14일 발표한 ‘귀요미송2’와 그들의 음악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귀요미송2’는 ‘귀요미송’과 무엇이 다른가요?
단디 : ‘귀요미송2’는 훨씬 발랄해요. ‘귀요미송’ 보다 더 통통 튀어요. 리듬감 있는 코드를 더해서 더욱 신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후렴구를 살려서 우리 구전문화도 넣었는데 ‘어깨춤을 추게 할거야~’ 부분을 들으면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릴걸요? 해외팬들이 ‘귀요미송’을 좋아하는데 말로 이해는 못해도 한국의 놀이문화를 느낄 수 있게끔 노렸어요.
하리 : 가사도 ‘귀요미송’이 재미를 주는 것이었다면 ‘귀요미송2’는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내용이에요. 유튜브에서 하루만에 200만뷰를 돌파하더라니까요? 페이스북에도 흉내내는 영상이 매일 올라와요. 음원차트에서는 6위까지도 올라가봤죠. 헤헤.
- ‘귀요미송’으로는 해외 무대도 밟았잖아요. 버전2로도 가능할까요?
단디 : 2013년이었죠. 싸이에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유튜브 영상 2위를 차지했거든요. 워너뮤직이 계약 제의를 해서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거치는 투어를 했어요. 필리핀에서는 축구경기장에서 공연을 했는데 현장 분위기가 압도적이었어요. (점점 격해지자 사투리가 진해진다) ‘귀요미송’ 떼창을 하는데 우와.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데도 목소리가 묻혀가 힘들었어요. 공연 끝나고 퇴장할 때는 팬들이 사진 요청을 하는데 막···.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우리가 폰 받아서 찍어주고 몇백번을 했더니 다리가 풀릴 정도였어요.
단디 : ‘귀요미송2’도 해외 반응이 좋아요. 페이스북을 운영하는데 해외팬들이 번역기를 돌려서 댓글을 달아줘요. 문장은 안 이어지는데 이해는 되는 그런 말 있잖아요. ‘귀요미송’으로는 중국 동영상 시상식 ‘투도우 어워즈(Tudou Awords)’에도 초청받았는데, 이번에도 중국을 위주로 교류를 많이 할 생각이에요.
- 특별한 홍보 계획이 있나요?
하리 : 사실 워너뮤직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출국하기 전에 KBS 퀴즈프로그램 ‘1대100’에 출연한 적 있어요. 100명 중에 한 명으로. 1단계 탈락했는데 하하하. 그대로 떨어지기 아쉬워서 ‘귀요미송’을 불렀거든요? 그때 대박이 터졌죠.
단디 : 그거 하고 딱 떴어요. 포털사이트 검색어에도 하루 종일 이름이 팍! 그러고 정신없이 외국으로 날아갔죠. 이런 활동 말고는 따로 홍보하는 거 없어요.
하리 : 검색어에 내 이름이 떴을 때 그것만으로도 정말 좋았어요. 내가 내 이름을 검색도 해보고 푸하하. 오빠랑도 서로 신나면서도 얼떨떨하다고 밤새 통화했거든요.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알아준다는 것도 좋고.
단디 : 와, 사실 난 앓아누워서 전화했어요. 하하. 우리가 포털사이트에 떴다고? 힘이 쭉 빠지더니 잠도 안 오고, 밥도 못 먹고. 그러면서도 하리한테는 침착하라고··· 악플도 달게 받자고···. 악플도 관심이잖아요? 푸하핫.
- ‘귀요미송’ 외에도 한국을 알리는 좋은 노래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하리 : 대표적으로 ‘한글송’이 있죠. 손으로 한글을 만드는 간단하고 귀여운 율동도 있어요. (그는 직접 시범을 보였다) 해외팬들이 쉽게 따라하더라고요. 엄청난 패러디도 이어졌죠. 실제로 중국에서 한국어를 배울 때 유용한 자료로 활용한다고 들었어요. K-POP과 한국을 사랑한다면 이 노래를 반드시 들어야 한달까. 헤헤. 노래 중에 응원가처럼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부분도 있는데 외국 팬들이 함께 외쳐줄 때 엄청 뿌듯해요. (짝짝짝짝짝!)
단디 : 다음에는 ‘독도송’을 만들어볼까요? 사실 독도 문제가 민감하잖아요. 예전에 한번은 일본 여대생들이 ‘귀요미송’을 듣고 패러디 영상에 자막을 넣었더라고요. ‘한국문화와 아름다운 교류를 원한다’고. 자기들은 한국에 악감정 없대요. ‘귀요미송2’를 계기로 한일 간에 좋은 교류가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독도송’을 만들더라도 문화교류에 보탬이 되는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 그래도 사실 ‘귀요미송’이 대단한 음악적 역량으로 성공한 노래라고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말이죠. 가창력이 뛰어나다거나. 어떤 것 같아요?
단디 : 전 프로듀싱 할 때 곡 스타일에 맞는 분위기를 중시해요. 슬픈 감정이나 가창력이 없어도 가수 특유의 호흡이 중요해요. 자기만의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죠. 그런 경우 실수를 해도 그대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특히 하리는 목소리를 극찬하고 싶어요. 간질거리면서도 뭔가 나도 해보고 싶은 감정을 자극하잖아요! 이건 증명됐잖아요? 사람들이 귀엽게 봐주고, 따라하고, 패러디 영상을 연인들끼리 주고받고. 다른 사람이 불렀다면 어땠을까요? 하리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하리 : 저는 최근 SBS ‘K팝스타’에서 ‘시간아 천천히’를 부른 이진아를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가창력과 테크닉이 없어도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구나. 그 분이 극찬 받는 걸 보고 화려하게 부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죠. 덩달아 오디션프로그램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어요. ‘나는 어차피 나가봤자 혹평만 받을텐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편견이 사라졌어요. 나만의 분위기와 감성을 갖는 것도 능력이잖아요.
단디 : 하리가 노래하고 내가 랩을 맡은 ‘나쁜 놈’이란 곡 추천 드릴게요. 내가 나쁜 놈이고 하리가 상큼하고 착한 여자인 콘셉트인데 노래도 좋고 재밌어요. 반응도 좋았거든요. 그래서 밴드버전으로도 한 번 더 냈어요. 하하.
- ‘귀요미송’ 1, 2가 연속으로 성공해서 더 큰 욕심이 생겼을 것 같은데요. 다음 목표가 있을까요?
하리 : 성공하면 사람이 변한다고 하죠. 그런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요. 끝까지 변치 않고 오래오래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요. 호호. 아직 못 보여준 게 너무 많아요.
단디 : 부산에서 올라와 혼자 살며 돈도 없고 힘들 때, 어떻게든 생활하기 위해 음악을 했죠. 지금은 대중들을 위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감동을 전하고 소통하는 음악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돈은···. 밥만 안 굶으면 괜찮죠 뭐!
- 너무 소박한 꿈인데요.
단디 : 그렇죠? 목표라기 보다, 큰 꿈은 있어요. 음악사이트 만드는 거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펼치지 못하는 꿈을 위한 장소죠. 사이트를 만들어서 동영상도 올리고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음악 홍보 할 수 있는 곳이요. 사람들끼리 평가를 주고 받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과거에 묻혔던 곡들이 다시 유행이 되기도 하고. 음악은 돌고 도니까요. ‘대형기획사 아니면 안돼’ ‘돈 없으면 안돼’ 이런 인식을 극복하고 싶어요.
- 하리 씨는요?
하리 : 가수 생활을 위해 예명을 쓰고 있는데요. ‘하리’는 강아지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거든요. 집 앞에 세탁소가 하나 있는데 거기 강아지 목줄에 ‘하리’라고 적혀있더라고요. 이름을 지으려고 고민하다가 그냥 ‘하리’가 떠올랐어요. 친숙한 강아지를 보고 지은 이름처럼 영원히 친숙한 가수로, 편안한 가수로 활동하고 싶어요. 그게 다예요.
단디는 “나는 녹음할 때 가수를 녹음실에 들여보내지 않는다. 육성을 들어야 내 색깔이 잘 표현된다”며 “작업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대중들은 어떻게 느낄까’를 항상 생각하면서 나만의 방식대로 작업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즐겁게 소통하고 싶은 방향으로 가려면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만들어야 한다. 김종민의 ‘살리고 달리고’, 배드키즈의 ‘귓방망이’ 등 모든 걸 이렇게 만들었다.
하리도 이런 작업 방식이 싫지 않은 눈치다. 그는 “중국에서 녹음할 땐 녹음실이 엄청 넓었다. 오빠랑 떨어져 있으니 불안했다”며 “마이크 하나 앞에 두고 둘이 앉아서 녹음하는 게 즐겁다. 이게 곡으로 표현되면 듣는 사람도 그걸 느낀다. 내가 즐거워야 듣는 사람도 즐거운 법이다”며 수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