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아이돌이 연기하는 것이 싫다.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도 벅찬데, 개나 소나 연기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장난처럼 느껴진다.”
M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 출연하는 배우 최민수가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던진 말이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도 벅찬 것은 맞는데, 그들은 이제 ‘개나 소’도 아니고, ‘장난’으로 덤벼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과거 아이돌 멤버들은 연기 도전은 분명 ‘개나 소’처럼 도전하는 것이었고, ‘장난’이었다. 인기가 있으니까, 제대로 연기도 못하면서 ‘영역을 넓혀 도전한다’라는 말을 손쉽게 던졌다. 당연히 ‘발연기’가 속출했고, 비난이 일었다. 충분한 연습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 ‘스타병’에 걸린 그대로 촬영 현장에 등장해 선배 배우들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 사진=MBN스타 DB |
그런데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간다. 아예 배우가 되기 위해서 아이돌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배우를 할 경우 단역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이돌 멤버로서의 인지도를 올리면 최소한 주연급 조연 정도는 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 중에는 아이돌 멤버로서의 활동이나 앨범은 큰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단지 연기자로서 기회가 오면 잡을 궁리를 한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나쁜 판단은 아니다. 음반 활동을 쉬는 동안 수익을 다변화할 수 있고, 행사도 한두 명 멤버가 빠진다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순간부터다. 속칭 ‘연기돌’로 자리매김한 이들이 이제 아이돌 멤버로 다시 활동할 수 있을지 여부다. 멤버들이 속한 기획사 밖의 기획사 관계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계약상 발매할 음반이 있다면 채우면 그만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그룹으로 활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돌로 데뷔를 하고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연기에 도전해 ‘연기돌’이라는 칭해지며, 자리를 잡을 즈음에는 이미 기획사와의 전속계약이 끝날 시기가 다가온다.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가수가 아닌 배우를 키우는 기획사다.
최민수의 말을 다시 돌아보면, ‘개나 소’도 아니고, ‘장난’으로 연기에 임하지 않는 이들이,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이 벅차기 때문에 결국 연기를 선택하게 된 셈이다. 이제 그들은 ‘연기돌’이 아닌 ‘연기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판도 있다. 가수로 활동하려는 다른 멤버들의 의욕을 꺾어놓는다는 것이다. 가수가 되기 위해 그
팀을 위해 갈 것이냐, 개인의 선택이 존중될 것이냐. 정답은 없지만, ‘아이돌’이 ‘연기돌’이 되고 다시 ‘연기자’가 되는 트렌드는 2014년을 넘어 오랜 시간 지속될 전망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