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산이다. 2009년 영화 ‘해운대’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윤제균 감독이 5년 만에 ‘국제시장’으로 돌아왔다. 덕수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을 통해 역사 속 아버지 모습을 재조명해 감동을 전할 계획이다.
윤제균 감독은 10일 오전 서울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진행된 영화 ‘국제시장’ 제작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제작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대가족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덕수’다. 덕수를 중심으로 역사 속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덕수’의 이야기다. 이를 통해 195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돌아보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윤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덕수 역에는 황정민을 생각했다. 김윤진, 오달수 등 배우들이 흔쾌히 참여해줘서 감사하다”며 “같이 하고 싶었던 최고의 스태프진들도 함께 했다. 감독인 나만 잘하면 됐다”고 영화 제작의 공로를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돌렸다.
이번 영화에는 50년대 한국전쟁 때의 흥남철수, 60~70년대 경제개발 시기의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담았다. 83년 이산가족 상봉 현장도 재현했다. 그만큼 당시의 현장을 생생히 재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배우들의 연기, 의상, 세트 등 가볍게 지나친 부분이 하나도 없다.
윤 감독은 “흥남부두 철수 장면을 재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배우 정진영은 “승선하는 과정에서 바닷물에 뛰어들어 촬영해야 했다. 모든 배우들이 추위에 떨며 촬영했다. 특히 장영남은 임신 중이었다”며 “그렇지만 보조출연자 분들은 하루 종일 물 속에 있어야 했다. 그 분들 덕분에 멋진 장면이 나왔다. 모든 영광을 돌린다”고 보조출연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힘들었던 부분은 광산 세트 제작이었다. 윤 감독은 “광산 촬영 때 배우들이 매우 힘들어했다. 다르게 생각하면, 며칠 동안 촬영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실제 광부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 분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3년을 일했다”며 “부끄럽지 않도록 재현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83년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는 당시를 경험했던 보조출연자들이 출연했다. 황정민은 “이산가족 상봉 장면 보조출연자분들께서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었다”며 “실제로 83년도에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겪고 보신 분들이다. 연기를 하는데 옆에서 같이 울더라.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국제시장’은 역사적 사건을 통해 가족들의 헤어짐과 재회를 그린다. 극 중 덕수의 아버지 역을 맡은 정진영은 “어릴 때 만난 아버지가 끝까지 덕수 인생에 남아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다. 세상 모든 아버지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릴 때 헤어진 아버지라면 그것 자체로 애잔하다.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지구상에서 제일 소중한 감정이다”고 덧붙였다.
황정민도 “‘아버지’라는 말은 생각만 해도 마음 아픈 단어”라며 애써 북받치는 감정을 삼켰다.
‘가족’ 외에도 ‘친구’를 통해 인간애를 전한다. 극 중 덕수의 단짝친구인 달구를 연기한 오달수는 “덕수 옆에는 껌딱지처럼 내가 항상 붙어 있다”며 “가족 뿐만 아니라 힘들 때 곁에 있는 사람도 참 중요하다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분단의 아픔을 대변하는 곳이 부산 ‘국제시장’이다. 윤 감독은 이를 영화로 표현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우리 부모님 세대에 대한 감사의 헌사”라고 자평했다. 김윤진은 “우리나라의 역사”라고 표현했다. 12월 개봉하는 ‘국제시장’이 영화팬들에게 어떤 역사적 메시지를 던질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