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신기해요. 어린 친구들이 15년 전의 제 노래를 안다는 게”
‘고백’ ‘하루’ ‘레인’ ‘안녕’ 등의 명곡을 내놓고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박혜경은 지난해 성대수술을 받고 가수 인생에 큰 고비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를 견뎌내고 나온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 조금 달랐지만, 여전히 풋풋했다.
“쉽게 안 돌아오더라고요. 성대 수술하신 분들에게 물어보면 ‘무대에서 내려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땐 상심 정도가 아니었어요.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충격이었죠. 노래를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수술을 하고 나서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죠.”
2014년 새롭게 만들어진 ‘고백’은 어쿠스틱 기타와 박혜경의 담백한 목소리만으로 꾸며졌다. 유튜브 800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20살의 유튜브 스타 산드라 배가 기타 피처링을 맡았다. 신인 작곡가 이재영을 우연히 만나 만들어진 ‘랄랄라 세상’처럼 ‘고백’ 역시 우연한 만남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너무 기타를 잘 치는 천재소녀가 제 인생에 등장해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산드라 배가 우리 녹음실에서 녹음을 하고 있었어요. 우연히 만나게 돼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해봤는데, 이렇게 곡이 완성됐네요(웃음).”
‘고백’ 어쿠스틱 버전에서 박혜경은 기존의 감성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성대 결절 및 폴립 제거 수술을 받은 후 달라진 그의 목소리도 새로운 감성을 만들어내는 데 한몫했다. 수술 후 생긴 탁성이 바로 그것이다.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셈이죠. 새로운 박혜경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수술 후 처음으로 ‘정말 우리가 사랑했을까’라는 곡을 발표했었는데 그 때도 ‘역시 목소리 좋다’는 댓글이 100개 중 99개였거든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좋다고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녀는 ‘랄랄라 세상’이 예전의 박혜경과 새로운 박혜경을 잇는 브릿지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은 그녀에게 더욱 특별했다.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앨범을 내려다보는 모습에서 애정이 물씬 드러났다.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도 신기해요. 이 앨범을 작업한 산드라 배도 스무 살이에요. 이 어린 친구가 제 곡을 알고 있다는 게 놀랍잖아요. 지금 기자님도 이 노래를 알고 있잖아요. 정말 감사하죠. 이전의 곡들을 새로운 목소리로 불러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도 잠시 눈을 감고 행복한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동화 속에 사는 여인의 모습이 연상됐다. 무려 데뷔 17년차를 맞이한 가수에게서 풍기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소녀 같은 감성과 차림새가 전혀 이질감 없이 다가왔다.
“여전히 귀엽고 싶어서 얼마나 노력하는데요(웃음). 살찔까봐 관리하고, 주름지지 않게 노력하고, 스타일도 어른스럽지 않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게 노래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절 생각하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확실히 있잖아요.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지만 노력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죠.”
또 그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지키고 싶고, 지켜 왔던 것에 대해 묻자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한참 이야기를 늘어놓더니 불현 듯 생각이 났는지 무릎을 ‘탁’ 치더니 말문을 이어갔다.
“호기심이에요. 호기심이 사라지는 순간 생명도 사라질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고 싶어요. 전 진짜 호기심 덩어리예요.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잖아요(웃음). 노래 자체도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 거죠. 호기심 때문에 계획 없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요. 사람에 대한, 노래에 대한 호기심이죠.”
박혜경의 이름을 걸고 오랜만에 공연을 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겁이 난다”고 말했다. 조그마한 공연장에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은근히 드러내면서도 “내 음악을 들으러 올까요”라며 계속해서 걱정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그리고 자신의
“저 나왔어요. 저는 계속 하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잘 되든 안 되든 계속해서 노래하면서 ‘박혜경이 나왔구나’를 알 수 있도록 활동할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