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홍보만 맡았는데…기자간담회 속 마이크는 내 손에.
홍보의 방식이 점점 더 똑똑해지고 정(情)을 강조할수록 홍보인들의 걱정은 날로 커져가다. 언론배급시사회나 관객과의 대화(GV), 쇼케이스 등 각종 행사에서 MC로 변신해야 되기 때문이다.
보통의 영화 제작보고회 때는 박경림, 오상진, 김제동, 김태진 등 유명 방송인이 진행을 맡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배급시사회나 관객과의 대화 등 행사에서는 주로 영화의 홍보를 맡은 홍보사의 한 관계자가 진행자로 나서게 된다.
↑ 사진=MBN스타 DB |
또 다른 영화 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본래 소극적인 성격인데 유독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더 떨리고 말이 안 나온다. 때문에 내가 던진 질문을 바로 옆에 앉아있는 배우가 못 알아들은 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말을 너무 잘해도 수많은 기자들, 카메라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어 오랜 시간동안 홍보를 맡아 와도 늘 적응이 안 된다더라”라고 고충을 밝혔다.
“자, 따라오세요” 어느덧 관광가이드로 변신 완료.
과거와 달리 영화 촬영지의 현장 공개는 많이 줄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몇 개의 기대작, 언론 노출이 필요한 작품들은 현장 공개를 꼭 하곤 한다.
보통 극장에는 극장 안내원이나 경호원들이 있기에 이들이 주로 기자, 사람들의 이동을 도맡았다. 그러나 현장 공개에서는 예외다. 제작, 배급사와 홍보사만이 동행하는 현장 공개에서는 주로 홍보 관계자들이 가이드로 변신한다.
마치 본인도 처음 와봤지만,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기자, 관계자들을 이동시킨다. 이는 해외 정킷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위크엔드 인 파리’의 홍보를 맡은 홍보사 워너비 펀의 한 관계자가 바쁜 24시를 알렸다.
아침 8시 10분.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평균 기상 시간보다 조금 늦은 기상 시간.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치고 회사로 향한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벌써부터 나를 반기는 것은 할 일이 가득하게 적힌 스케줄 달력.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컴퓨터를 켜고 전날 박스오피스와 ‘위크엔드 인 파리’ 기사 검색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고, 오전에는 이번 주 영화프로그램과 보도국 노출 사항을 체크한다. 지상파 방송에 나가는 것만큼 영화를 잘 알릴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최대한 방송에 나갈 수 있도록 고민이 담긴 아이템들로 적극적인 푸쉬는 필수이다. 일하는 틈틈이 ‘위크엔드 인 파리’ 평점 체크도 함께 진행한다.
점심시간 이후부터는 차기 개봉작 킥오프 준비를 시작한다. 아직 관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해외 영화와 개봉을 앞두고 있는 국내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현재 극장가를 사로잡고 있는 영화들의 마케팅 사례를 꼼꼼하게 분석하며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사무실에서의 업무가 끝난 뒤, 오늘 있을 시사회를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고 시사회 장소로 향한다. 시사회 콘셉트가 ‘꽃중년들의 데이트’인 만큼 화목한 데이트를 위한 장미꽃까지 챙기는 센스. 하나 둘씩 관객 분들이 표를 받으러 오기 시작하고, 어르신들의 즐거운 데이트를 위해 기념 촬영까지 도와드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신없이 표를 나눠 드리다 보니 영화 상영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영화 시작 전 반응을 체크하기 위해 극장으로 들어가자 어느새 객석에는 관객들이 가득 차 있다. ‘과연 이 분들은 영화를 어떻게 보실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시사회를 마치고 나온 일반 관객 분들에게 영화에 관해 여쭤보니 하나같이 “재미있고, 너무 즐거웠다”고 말씀해주신다. 내 입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 있었던 시사회의 마무리는 바로 보도자료 작성한다. 이렇게 정신없었던 영화 마케터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 사진=MBN스타 DB |
영화 홍보 관계자 30명에게 “영화인으로서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라는 설문조사를 진행, 이들의 보람된 순간을 알게 됐다.
절반 가까이 “홍보한 영화의 좋은 점을 세심하게 짚어주는 리뷰를 읽었을 때” “홍보를 맡은 영화가 최고의 평을 듣고 관객들이 사랑을 받을 때” “보도자료 릴리즈했을 때, 기사가 나오면” “누가 봐도 흥행은 조금 무리일 것 같았는데 작지만 단단한 힘을 보여줄 때” “우리가 홍보한 영화를 관객들 역시 호평했을 때” “무대인사에서의 폭발적인 관객 반응을 볼 때” “관객과의 대화 중, 감독과 배우, 관객이 서로 진지하게 묻고 답하며 소통할 때” 등이다.
이외에도 “유명하지 않은 배우와 감독이 등장해도 흥행할 때” “덕분에 좋은 영화를 보게 됐다는 말을 들을 때” “단순한 영화 상영이 끝이 아닌 강한 메시지를 줄 때” “깔끔한 영화 홍보 보도자료를 완성했을 때” “포스터, 예고편 등 선재물의 완성도가 좋을 때” “박스오피스 순위와 관객수, 평점이 쭉쭉 올라갈 때” “블로그, SNS를 통해 홍보하는 영화 칭찬 글을 봤을 때” “지인들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을 때, 특히 작은 영화이고 외화일수록.” “개봉 즈음에” “개봉을 하기도 전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때” 등의 의견도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화 홍보인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연출하고 촬영하는 감독, 연기하는 배우, 이들을 케어하는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보석’(영화)을 닦고 또 닦아 빛나게 만든 후 관객들에게 대접하는 영화 홍보인. 앞으로도 이들의 노력을 계속 된다. 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