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각본, 감독, 제작한 영화 ‘일대일’의 상영관 확보의 어려움을 전하며 편지 형식의 호소문을 냈다.
김기덕 감독은 호소문에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극장에 상영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100개관 정도의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마주하고 싶다”는 개봉을 앞둔 대감독의 바람이다.
저예산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가 복합상영관에서 외면 당하는 현실은 이제 말을 꺼내기조차 지겹다. 대형 투자 배급사들이 자본을 쏟아부은 영화에 밀려 개봉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작은 영화관에서 겨우 상영관을 확보하는 실정이다.
감독은 “관객들이 어렵게 낸 극장을 채워주지 않는다면 ‘일대일’은 바로 내려질 것”이라는 걱정을 전하며 관심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김기덕필름의 영화 ‘붉은 가족’, ‘신의 선물’의 경우 무분별한 불법 파일의 유포로 인해 원금 회수조차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김 감독의 20번째 영화 ‘일대일’은 살인용의자 7인과 그림자 7인의 숨막히는 대결을 그린 영화다. 한 여고생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동석, 김영민, 이이경, 조동인, 태오 등이 출연하며 내달 22일 개봉한다.
김 감독은 베니스 영화제 ‘피에타’ 수상을 기점으로 국내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저예산 영화에 대한 쿼터제를 강력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붉은 가족’ 개봉 당시에는 “영화가 그냥 묻힐 바에야 관객들이 불법으로라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간곡하고도 슬픈 심경을 전했다.
‘신의 선물’ 개봉 때는 “이 영화가 와이드로 보여지지 못해 많은 극장을 못 잡았다. 어떤 결과가 날지 불투명한데 그게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가슴을 쳤다.
최근 몇년 사이 김 감독의 표출 방식은 이렇듯 변하고 있다. 스크린을 통해 거침없는 분노와 독설을 쏟아내던 것과 달리, 직접 호소하고 관객들을 설득한다. 김 감독 나름의 ‘소통’ 방식이다.
언젠가 “CJ가 나한테 영화를 같이 하자고 하더라. 만약 멀티플렉스 극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1관씩만 풀로 준다면 CJ와 작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전하면서도 쉽사리 거대 자본과 타협하지 않는다.
물론 좌절도 없다. 김 감독은 “짧은 시간에 효과를 내려고 만드는 영화가 아니다. 10년 후 다시 재조명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한국 영화 시스템에서 효과가 없다고 좌절을 많이 하는데 그것에 의존하면 트렌드를 좇아가고 가시적 현상만 보여주게 된다. 오히려 긴 시간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김 감독의 눈물겨운 호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다양성 영화의 약진이 눈에 띈다. 김 감독을 비롯한 그들의 외롭고도 뜨거운 투쟁이 다양성 영화에 대한 관심과 환기로 이어지는 듯 하다.
17일 개봉한 ‘한공주’는 빠른 속도로 10만명을 돌파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개봉 32일 만에
이처럼 고무적인 분위기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한국영화를 만들어내는 데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울러 고질병으로 거론됐던 영화계 쏠림 현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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