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독설에 거침없는 폭로, 치열한 추격전을 일삼았던 TV 속 예능이 ‘독기’를 버렸다.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던 예능이 어느덧 소통과 함께함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게 된 것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는 지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지난해 1월 첫 방송 당시 그 누구도 지금의 인기를 예측하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 어디가’가 방송되던 당시의 ‘일밤’은 ‘위기의 일밤’이라고 불릴 정도로 프로그램의 하락세가 심했을 뿐 아니라, 스타아빠와 아이가 1박2일로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컸었다. 서로 물고 뜯는 독한 예능이 활기를 치던 시기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에 승부수를 던진 ‘아빠 어디가’는 다소 무모한 도전처럼 비춰졌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014년 1월 예능의 판도는 완전히 변했다. 우는 형을 위해 선뜻 자신의 따뜻한 집을 내어주는 윤후의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배려에 대해서 깨닫게 됐고, ‘아빠 어디가’ 속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동심은 이기적인 어른들을 미소 짓게 하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아빠 어디가’의 인기 이후 예능 프로그램들은 점점 순해졌고, 이제 중심축을 독한 예능, 사생활 토크 예능에서 힐링과 가족, 체험 등을 중요시 하는 착한 예능으로 옮겨나가고 있다.
↑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빠 어디가’ ‘심장이 뛴다’ ‘사남일녀’ |
그동안 부진의 늪에 빠졌던 금요일 MBC 10시 예능 대에 편성된 ‘사남일녀’는 금요예능의 강호 SBS ‘정글의 법칙’과의 경쟁 속에서도 나름의 저력을 발휘하며 선전하고 있다. ‘사남일녀’는 재미를 위해 무리한 상황을 설정한다거나, 혹은 감동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감정을 억지로 쥐어짜지 않는다. 야외예능에 서툰 이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와 자녀를 향한 부모님의 사랑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다루며 안방극장을 따뜻함으로 물들이고 있다.
SBS ‘심장이 뛴다’ 역시 공익성을 앞세운 착한예능으로 꼽히고 있다. 소방 체험 활동을 통해 희생의 숭고함, 생명의 고귀함을 되새기자는 기획의도 하에 연예인들이 소방대원이 돼 현장에 출동한다는 체험예능 ‘심장이 뛴다’의 시작은 ‘잘 해낼 수 있을까’와 같은 우려와 혹은 ‘긴급구조 119’의 예능버전으로 보는 시각이 더 컸다. ‘심장이 뛴다’는 사람들의 염려와는 달리 진지한 시각으로 현장에 접근했고, 회를 거듭할수록 연예인 소방대원들의 성장과 활약, 그리고 그동안 시청자들이 몰랐던 소방서와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사건의 자극성을 강조하기보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심장이 뛴다’는 예능적인 웃음에 대해 놓친 아쉬움으로 3%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시청률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데 쩔쩔매는 초보아빠 이휘재와 사랑스러운 딸 사랑의 애교에 푹 빠진 추성훈, 티격태격하는 준우-준서 형제를 키우는 장현성과 물고기를 좋아하는 딸 하루에게 꼼짝 못하는 타블로까지. 저마다 다른 개성과 양육법을 보여주며 톡톡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25일 종영된 tvN 예능 ‘꼬꼬댁 교실’은 한국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연예인들이 함께 엄마의 나라로 떠나는 여행기를 다룬다. ‘꼬꼬댁 교실’은 다문화 가정의 어두운 이미지의 선입견을 떨치고 밝고 행복한 면을 조망하고자 하는 기획의도로 제작돼 꾸준히 1%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거주 평균 7년의 외국인 연예인 4인방이 원어민 교사가 돼 섬마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과정을 담은 tvN ‘섬마을 쌤’ 윤종신·조정치·엠블랙 승호 등이 출연해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농촌 친화적인 음악무대를 선보이는 tvN ‘팔도방랑밴드’ 배우 최수종 하희라 부부와 ‘아마존의 눈물’의 야물루 가족, 지구 반대편에 살았던 두 가족이 홈스테이를 통해 문화의 교류를 이루는 MBC ‘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 등이 등장하며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
자극적인 사생활 폭로가 가득했던 독한 예능이 조미료가 강하게 가미된 음식이라면, 작위적이지 착한 예능은 건강을 생각한 밋밋한 저염식과 비슷하다. 툭 터지는 재미는 덜할지 몰라도 뚝배기처럼 천천히 달아오르는 착한예능들은 저마다 풍파에 시달린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전해주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